앞으로 나올 '이동관 방통위원장' 체제의 밑그림

박서연 기자 2023. 8. 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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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재·김현 상임위원 23일 임기 만료, 5기 방통위 종료
與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추천… 민주당, 추천위 구성
YTN 매각 속도 붙을 전망, 공영방송 재허가 위기설 현실로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상임위원(위원장 직무대행)과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은 23일 임기가 마무리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추천 대상자로 내정했고, 민주당은 방통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동관 후보와 이진숙 내정자가 임명되고 나면 정부가 추진 중인 YTN 매각에 속도가 붙고, 연말 예정된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공영방송의 탈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모습. 사진=김용욱 기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오늘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한 내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재송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청문보고서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오는 23일 만료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오는 24~25일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청문보고서 채택 마감일인 지난 21일 이동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국민의힘 불참으로 파행돼 시한을 넘겼다. 국민의힘은 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보고서 채택은 물론 임명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장제원 과방위원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체회의 개최가 무산되자 민주당은 과방위 전체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는데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들어와 논쟁이 이어졌다. 조승래 의원이 박 의원에게 “사회권 갖고 오셨냐”고 묻자, 박 의원은 “사회권을 안 가져왔으니까 여기 왔지”라고 답했다. 조 의원이 “10시에 회의를 열어서 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하고 그 문제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 보고서 채택 여부를 협의하기로 한 것 아니냐”고 하자, 박 의원이 “보고서 채택의 건이 어떻게 상정 안건이 되느냐”고 부인했다. 양측의 이견이 큰 점을 감안하면 재송부도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본관 회의실에서 조승래 민주당 간사로부터 정식 회의를 열 게 아니면 나가라는 말을 듣자 조용하라고 언성을 높이고 있다. 사진=YTN 뉴스케치 영상 갈무리.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국민의힘이 김효재 직무대행 후임으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 출신인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추천 대상자로 내정했다. 이진숙 전 사장은 MBC 재직 시절 논란이 된 세월호 참사보도 책임자로 거론된다. 정부여당이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지낸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에 이어 언론특보 출신 이진숙 전 사장을 내정하면서 '보은 인사' 비판도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이 이진숙 전 사장을 내정한 날, 민주당은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천위는 국회추천공직자자격심사특위 위원, 원내수석부대표, 과방위원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인재근 국회추천공직자자격심사특위 위원장이 추천위원장을,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와 조승래 과방위 간사가 추천위 간사를 맡았다. 강득구·이해식·권인숙·정필모·윤영찬·이정문 의원, 장윤미·최우식 중앙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 추천위원으로 참여한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현재 법제처는 최민희 방통위 상임위원 내정자의 결격사유 판단을 4개월 넘게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동관 후보자가 임명되고 나면 곧바로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4월13일 방통위는 법제처에 최민희 내정자에 관해 △방송통신 사업자 관련 협회 및 단체의 임직원도 방통위 설치법상 결격사유인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종사했던 자에 포함되는지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직을 역임한 자의 경우 방통위 설치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등 판단을 요청했다.

지난 5월4일 대통령 추천 몫으로 임명된 이상인 상임위원과 함께 이동관 후보자, 이진숙 내정자 등이 차례로 임명돼 6기 방통위가 출범하면 YTN 지분매각에 본격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관 후보자는 검증 과정에서 YTN 보도에 5차례 이상 공식 입장을 내고 법적 대응까지 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8일 청문회에선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위해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민영화라는 표현은 좋지 않지만, 정보의 유통도 경쟁 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고 본다”고 했다.

공영방송 재허가 위기설도 커지고 있다. 오는 12월 지상파3사 재허가 심사가 예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인 2017년 이효성 방통위원장 체제에서 지상파 3사 모두 재허가 탈락 점수가 나와 파장이 일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영방송 경영진의 임기가 남은 상황이라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재허가 탈락 점수가 나오면 이사회에서 공영방송 사장 '해임'의 명분을 만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 KBS2와 MBC 민영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달 3일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BS 2TV의 재허가 통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TV 폐지를 주장했다.

방통위에 미디어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이 연달아 선임되는 상황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은 여야 불문하고 '정치인 출신 방통위원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22일 성명을 내고 “이동관에 이어 이진숙까지 전면에 나선 것을 보니 방통위는 명실상부한 방송장악위원회임이 더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며 “극단적 정파성을 띤 인물들로 방통위를 채워 나가니 야당도 '선당후사'를 말하며 노골적 정파성을 드러낸 최민희 전 의원에 이어 또다시 정치인 출신을 후임 방통위원으로 검토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지난 5월26일과 5월11일 김효재 대행(왼쪽)과 김현 위원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오는 23일 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은 오전 10시, 김효재 위원은 오후 5시20분, 별도의 퇴임식 없이 따로 기자실을 방문해 퇴임 절차를 갖는다. 이로써 23일 5기 방통위는 임기를 끝마친다. 지난 3월30일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위원, 4월4일 대통령 추천 김창룡 위원 등이 퇴임하고, 5월30일 한상혁 위원장은 면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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