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된 그린우드, 텐 하흐는 원했다…이미 플랜까지 수립한 상태
[포포투=김환]
에릭 텐 하흐 감독은 메이슨 그린우드를 기용할 생각이 있었던 듯하다.
그린우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다. 맨유는 21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린 그린우드의 혐의에 대한 내부 조사를 마쳤다. 입수할 수 있는 증거에 기초해 우리는 그린우드가 원래 기소됐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린우드가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처럼 그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실수를 범했다. 따라서 그린우드가 맨유를 떠나는 게 가장 적절한 결과라는 데에 합의했으며, 우리는 이를 위해 그린우드와 협력할 것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린우드도 “나는 모든 혐의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전적으로 인정하며 지금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한다. 맨유와 나, 그리고 내 가족 모두를 위한 결정은 내가 맨유를 떠나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며 내 존재가 구단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그린우드는 맨유 유스 출신으로, 2019-20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마커스 래시포드에 이어 센세이셔널한 등장을 알린 그린우드는 맨유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기적으로 맨유의 미래를 이끌 선수로 기대됐다.
그러나 사생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린우드는 지난 1년간 재판으로 인해 맨유와 함께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그린우드는 전 애인에 의해 성폭행미수와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맨유는 곧바로 구단 공식 프로필에서 그린우드를 삭제했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그린우드를 1군 명단과 훈련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맨유의 칼 같은 대처에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동료들과 기업들도 그린우드에게 등을 돌렸다.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폴 포그바 등 맨유 선수 여럿이 SNS에서 그린우드를 ‘언팔’했다. 맨유의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던 그린우드에게 스폰서십을 제공하던 기업들도 지원을 끊었다. 축구 관련 게임들 역시 게임에서 그린우드를 삭제하며 손절 분위기에 합류했다.
사건은 약 1년 만에 종결됐다. 지난 2월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다수의 영국 현지 매체들은 그린우드의 소가 취하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1년 동안 진행됐던 해당 사건은 찝찝함을 남긴 채 매듭이 지어졌다.
사건이 종결되자, 그린우드의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원래대로라면 그린우드는 맨유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그린우드의 맨유 복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았고, 그린우드 역시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맨유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품고 다른 팀으로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그린우드의 미래는 알 수 없게 됐다. 또한 맨유의 감독이 1년 전과 달라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맨유 동료들도 그린우드의 복귀를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맨유 선수들은 그린우드를 선수단에 다시 복귀시킬 것인지를 두고 팀 내부에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그러나 맨유의 라커룸은 오랫동안 행복했고, 아무도 이런 분위기를 흔들고 싶지 않아 한다”라며 맨유 선수들이 굳이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 후 6개월 뒤, 맨유가 그린우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소속이자 맨유 내부 소식에 정통한 사무엘 럭허스트는 지난 10일 “맨유는 그린우드의 미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그의 훈련 데이터를 받고 있다. 그린우드는 공원에서 자신이 훈련하는 모습을 촬영했으며, 맨유 유스팀 코치가 이를 감독했다. 맨유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그린우드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그린우드의 현재 폼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린우드가 마지막으로 뛴 경기는 지난해 1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이다. 당장 시즌 도중 몇 주 부상을 당한 선수들도 경기 감각이 떨어져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린우드는 무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게다가 그린우드의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맨유가 그린우드를 훈련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그린우드가 그동안 개인 훈련을 진행한 게 아니라면 그린우드의 경기력은 예상보다 더욱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일단 그린우드를 데리고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럭허스트는 “텐 하흐 감독은 그린우드를 매각하는 걸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설명했다.
텐 하흐 감독은 그린우드의 잔류를 원했던 것은 물론 그린우드를 경기에 기용할 플랜까지 세웠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의 마이크 키건은 “많은 직원들과 선수들은 그린우드가 복귀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축구계 일부는 그린우드의 복귀를 열망하고 있었다. 실제로 텐 하흐 감독은 그린우드의 복귀를 선호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고, 선수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이해된다.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그린우드의 플레이 스타일과 선수들의 변화를 고려해 그린우드가 복귀할 경우 그린우드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작업도 진행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린우드의 복귀는 여론의 반발로 인해 이뤄지지 않았다. 그린우드가 맨유 소속으로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많은 팬들과 축구계 관계자들, 여러 인권 단체들은 맨유가 그린우드의 복귀를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그린우드는 맨유를 떠나게 됐다.
그린우드의 차기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와 튀르키예다. 현지에서는 과거 그린우드를 지도했던 조세 무리뉴 감독이 그린우드를 선호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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