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심의권 침해” VS “절차 따른 진행”…‘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공방

김희진 기자 2023. 8. 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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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노란봉투법 직회부’ 권한쟁의심판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23.8.22.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부의(직회부) 적법성을 두고 국민의힘과 국회의장 측이 헌법재판소에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측은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부의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국회의장 측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대로 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헌재는 22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첫 공개 변론을 열었다. 민주당은 지난 5월24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사실상 단독 의결했다. 개정안은 6월30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퇴장으로 무기명 투표를 거쳐 부의됐다.

국회법 86조 3항은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장(환노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법률안 부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부의 요구를 상임위(환노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한다. 이날 변론에선 본회의에 부의된 노란봉투법이 ‘이유 없이’ 환노위에 계류돼 있었는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이날 공개변론에 출석한 청구인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방송3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부의에 대한 권한쟁의심판과 쟁점이 같다면서도 노란봉투법은 더 신중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파급력이 크고 노사문제 근간을 건드리는 중요한 입법인 만큼 집중적으로 살폈어야 하기에 60일 넘게 심사한 데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환노위에서 심사한 내용도 법사위가 다시 살펴볼 수 있으며, 법안의 위헌성 역시 법사위 심사 대상이라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직회부’ 권한쟁의심판 변론기일에 참석해 법률대리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3.8.22. 연합뉴스

청구인 측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을 장기간 심사해야 하는 이유를 들면서 PPT까지 써가며 노란봉투법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사용자 규정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바꾸면 하청·재하청 업체까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어 사용자의 지위가 모호해진다고 했다. 쟁의대상을 ‘근로조건’으로 바꾸는 것, 불법행위에 개별 책임을 묻는 것 역시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전 의원을 상대로 ‘법사위 심사 내용이 환노위 심사 내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미 환노위 심사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한 이해관계인들을 법사위에 다시 불러 질의·답변을 하는 일이 필요한지’ 등을 물었다.

환노위원장 측 대리인은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맞섰다. 과도한 심사로 입법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2년 국회선진화법 중 하나로 도입된 국회법 86조3항을 따랐다는 것이다. 또 2021년 법 개정을 거쳐 심사 기한이 120일에서 60일로 단축된 것은 법안 심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며, 법사위가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한 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노위 측은 “법사위에선 본회의 직회부 이전 단 두 번의 심사만 이뤄졌고 그 내용도 체계·자구 심사와 무관한 정책적·정치적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며 “국회 다수파가 본회의에 부의시키고자 하는 다급한 법안이었다면, 법사위는 우선순위를 정해 60일 이내 쟁점 법안에 대해 우선 심사를 했어야 했다”고 했다. 국회의장 측 대리인도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본회의 부의 요구에 따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국회의장의 행위는 청구인들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적법하고 유효한 행위”라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노란봉투법을 두고 국회에 ‘입법자가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진 재판관은 환노위 측에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이은주 의원이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발언한 내용이 나오는데, 법원행정처의 공식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행정처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게 이 사건 법률안의 위헌 소지를 줄이고, 법체계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라고 묻기도 했다.

헌재는 이날로 변론기일을 마쳤다. 선고기일은 추후 양측에 전하기로 했다. 노란봉투법은 8월 임시국회 본회의 안건에선 빠져있다. 9월 정기국회에선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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