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55억 횡령’ 유병언 차남 구속기소... 일가 수사 마무리

유혁기 “금전 거래 맞지만, 횡령 아냐” 혐의 부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가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뉴스1

2014년 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50)씨가 25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가 세월호 참사 9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인천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손상욱)는 22일 유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유 전 회장의 자식 2남 2녀 중 마지막까지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유씨마저 처벌을 받게 된다면 세월호 선사 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 6명과 계열사 사장 9명, 일가 측근 5명 등 경영상 비리 관련자 전원 처벌을 받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아버지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공모해 사진값이나 경영자문료 등 명목으로 모두 254억9300만원을 받아내 개인 계좌 등에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실제 컨설팅 업무가 이뤄지지 않는 사실상 ‘상납’이었고, 자금 세탁 또한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을 제작한 미국 아해 프레스(AHAE PRESS)INC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사진값 선급금 161억7000만원이 가장 큰 액수로 나타났다. 또 컨설팅업체를 통해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69억5000만원을 빼돌렸고, 친누나 유섬나(57)씨의 업체로부터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21억6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유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모은 금액을 해외 부동산을 사는 데 쓰거나 유 전 회장의 사진전 개최, 고급 차량이나 명품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씨 측은 금전 거래를 인정했지만, 횡령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한국과 미국 사이 체결된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미국 법원에서 인도를 허용한 범죄사실에 한정해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유씨의 306억원 상당의 추가 횡령 혐의와 125억원 상당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한 뒤 미국 당국의 동의를 받아 기소할 방침이다.

한미 범죄인 인도 조약 15조(특정성의 원칙)에 따르면 범죄인은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 추가 범죄로 인도 청구국에서 처벌받지 않는다. 한국 검찰이 유씨를 추가 범죄로 기소하려면 미국 당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앞서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유 전 회장 일가를 지목하고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여 왔다. 유씨를 후계자로 보고 미국 영주권자인 유씨를 상대로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결국 수사 6년 만에 뉴욕 자택에서 체포됐고,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 당국으로부터 유씨의 신병을 인계받아 4일 송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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