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하얼빈의 안중근
몇 해 전에 하얼빈공대와 다롄이공대를 방문하기 위해 6~7명이 중국의 동북 지방인 하얼빈, 창춘, 선양, 다롄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만주국 중심지 창춘, 그 지역 관문인 선양, 그리고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감옥이 있는 다롄은 중국 동북 지역의 핵심이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세계 평화와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이토를 저격하기 위한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 하얼빈에서 이토를 사살하게 된다. 정말 대담한 계획이며 또 치밀하게 실행돼 성공을 거둔다. 자신의 철학(동양평화론)에 기초해 이토를 사살한 안중근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의연하고 조리 있게 일제 강점의 부당함을 알림은 물론,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생을 마감한다.
광복절에는 항일, 극일에 대한 다짐을 되새기곤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한 선조들의 처절한 항일구국운동은 역사교과서에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교육되어야 마땅하다. 왜 우리가 나라를 잃게 되었는지, 어떻게 항일투쟁을 전개했는지, 다시 그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역사에서 얻을 교훈은 무엇인지 등.
근세에 들어와 일본은 동양에서 유일하게 산업혁명에 성공한 나라로서 거침없이 국력을 키웠다. 에도 시대의 천하보청과 참근교대와 같은 제도는 중세 일본이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제도적 기초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중세를 경험하며 실력을 잉태해온 일본은 사카모토 료마와 같은 무인이 근대화를 이끌고 상업 및 자본의 발달과 메이지유신을 거쳐 이토 히로부미가 국정을 이끄는 시대에 열강으로 우뚝 서게 된다. 성공에 도취된 일본은 주변국에 교만하고 가혹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에게 발사한 총탄은 일본의 탐욕과 물질주의에 대한 아시아인의 저항을 상징한다. 우리는 그 역사적 의의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운명은 주변 국가와 긴밀하게 연계되어서만 고찰되어야 한다. 상전처럼 굴며 우리를 어이없게 만드는 주한국 중국대사의 오만과 스스로는 절대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사과를 구걸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과감히 극복하며 자강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우리의 민족성을 지적하는 여러 책들이 나와 있다. 그 지적대로 우리도 분명 단점이 있다. 이제 그러한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중국, 일본에 당당할 수 있도록 역량 축적과 바른 역사 교육을 실행할 때이다.
망국의 역사를 반성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처절하게 준비하고 교육해야 한다. 독일, 영국, 프랑스 사이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이지만 한 번도 만만했던 적이 없다. 영국에 앞서 세계무역 패권을 선점했던 나라가 네덜란드다. 우리는 아시아의 네덜란드가 될 저력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하얼빈 의거 현장과 뤼순감옥을 한번 다녀와 보는 것도 좋겠다. 안중근 의사의 포부에 가슴이 커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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