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협치' 소신 … 野 노조법강행 막았다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8. 22.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金 "대통령 거부권 반복땐
입법기관 신뢰 추락시켜"
野 노조법·방송법 개정안
金의장 중재로 강행 철회
의회주의자의 뚝심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다수 의석을 내세워 노조법·방송법 개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사진) 중재로 강행 처리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잼버리 대회 책임을 놓고 날 선 여야 대치가 벌어지는 국면에서 김 의장의 '의회주의' 협치 소신이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김 의장이 주재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 직전까지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대 쟁점 법안인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국회는 여야 협의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소신을 지닌 김 의장이 법안 일방 처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민주당 기류가 달라졌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의장께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법안을 또다시 일방 처리하는 것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 '(이런 행태는) 우리 정치와 의회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며 "여야가 좀 더 협의해보라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친정인 민주당의 법 처리를 막아선 것은 앞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법안을 추진한 후 거부권 반복으로 무력화되는 과정이 입법기관으로서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키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취지다.

이에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회동을 통해 논의를 이어간 끝에 노조법·방송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회의장께서 의장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일단 한발 물러서면서 노조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가 미뤄졌지만 9월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다시 강행 처리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반드시 9월에 처리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여당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1월께 예정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는 또 다른 변수로 거론된다. 양경수 현 위원장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9월 이후 정치권에 노조법 개정안 처리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면 민주노총으로선 연말 총파업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국회 최대 쟁점 법안인 노조법 개정안은 하도급 노조에 대한 원도급의 사용자성을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별 이사 수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학회·시청자위원회·언론단체 등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온화한 성품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신망이 두터운 김 의장은 '의회주의자'이자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에도 수차례 여야 중재에 나선 바 있다.

[김희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