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無”...104분의 현실 공포 ‘신체모음.zip’[MK현장]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skyb1842@mkinternet.com) 2023. 8.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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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신체모음zip’ 스틸
‘신체모음.zip’‘신체모음.zip’현실 밀착 공포가 온다. 바로 숨 돌릴 틈 없이 공포를 선사하는 ‘신체모음.zip’이 여름 극장가를 정조준한다.

22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신체모음.zip’ 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감독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가 참석했다.

‘신체모음.zip’은 사이비종교 단체를 취재하는 막내 기자 시경이 특별한 의식에 초대받고, 그곳에서 제물로 바쳐지는 신체 조각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이비종교, 중고 거래, 학폭,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 1인 가구 등 MZ 세대가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공포를 담아냈다.

최원경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이야기의 시작과 끝인 메인 에피소드 ‘토막’은 사이비종교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의식에 잠입한 막내 기자의 이야기로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원경 감독은 “처음엔 숏폼 시리즈물이었지만 이걸 엮어주는 프레임이 나오면 장편 영화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물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었다. 제가 무섭게 느껴지는 건 집단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게 긍정적으로 쓰이지만, 부정적일 때도 있다. 그런 공포를 생각했다. 비정상적이고 저게 가능할까 싶은데, 바라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혐오에 감정을 품고 있는 게 무섭다”며 “그걸 사이비종교로 들춰내고 싶었고 공포는 매력적이지만 쉽지 않다. 메시지가 빠지지 않으면 공허하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면서 썼다. 공포영화 기원부터 시작해서 오컬트 뜻도 알아봤다. 원래 뜻 자체가 흙에 묻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토막에 녹였다. 겁 없이 덤빈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또 최원경 감독은 “우리 영화는 놀이동산 같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바로 무서운 장면이 나온다. 롤러코스터 내리면 바로 후룸라이드를 탈 수 있다. 속도감을 자랑하는 영화다. 104분 동안 지루함 없이 극장에서 공포를 즐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병덕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악취’ 에피소드는 중고 거래를 통해 구입한 화장대에서 발견한 향수로 벌어지는 미스터리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중고 거래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전병덕 감독은 “저는 신체 부위 중 코를 설정했는데, 보이지 않는 것도 느끼게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부위가 없어지면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올 것 같아서 코를 선택했다”며 “자기 파괴적으로 가는 공포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자기 혼자 고립되면서 자기 파괴적으로 가는데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것에 대한 공포를 생각하며 시나이로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캐스팅에 대해 “권아름은 다른 현장에 일하러 갔을 때 봤는데, 청초하고 예쁘더라. 그런 사람이 얼굴이 파괴됐을 때 어떤 느낌일까 싶었다. 빅스는 알았는데 상혁을 몰랐다. 건실한 이미지가 있어서 영화와 잘 맞을 것 같았는데 흔쾌히 참여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광진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무당집 아들에게 귀신 소환을 요청하는 일진의 위험한 장난을 그린 ‘귀신 보는 아이’ 에피소드는 학교 폭력을 설정으로 실제감 넘치는 공포를 더했다.

이광진 감독은 “오컬트에 관심이 많았고 퇴마사를 따라다니며 구경도 많이 했다. 이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오래된 빌딩에서 촬영했는데 너무 바쁘게 촬영해서 실제 귀신이 나타났어도 대수롭지 않게 찍었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빌딩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내가 가장 보호받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에서 안전하지 못할 때 공포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폐가는 늘 상 봐온 거지 않나. 귀문이 열렸을 때 영안에 눈을 떴을 때 오는 공포가 클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귀신이 나오는데 각자 특징이 있고 능력치에 차이를 둬서 오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집단 괴롭힘에 대한 소식이 많더라. 영화에서는 귀신을 활용해서 복수를 하는데, 사회적으로 정당성은 없지만 사람 마음 한구석에는 가해자에게도 고통을 주고 싶다는 걸 투영해봤다”고 이야기했다.

지삼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에피소드 ‘엑소시즘.넷’은 악령에 빙의된 친구를 위해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를 켠 채 구마 의식을 펼치는 형식으로 생생한 공포를 담아 몰입감을 높였다.

지삼 감독은 “빙의된 부마자와 영혼을 구원하려는 사람의 이야기다. 혀는 양날의 칼 같다. 혀로 유혹도 해야 하고 약점을 알아내야 해서 공격도 해야 한다. 엑소시스트가 악령의 이름을 알아내서 명령하면 부마자에게서 나가야 한다. 혀가 없으면 무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가 혀를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필요할 것 같지만, 딱 한 사람의 이웃이나 친구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더라.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건 네 옆의 이웃이라는 구절을 보고 엑소시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전문 퇴마사가 아닌, 어떻게든 친구를 구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연기자이기도 한 그는 이번 작품이 연출 데뷔작이다. 지삼 감독은 “연기 생활도 어렵고 가고 싶은 데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마음 속에 차오르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기회가 와서 기뻤다. 바다로 나온 느낌도 들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자유로운 느낌도 든다. 앞으로 갈길이 태산이라 많이 응원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장미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에피소드 ‘전에 살던 사람’은 새집으로 이사해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다루고 있으며 층간소음 갈등과 계속 나타나는 전에 살던 사람 그리고 자주 마주치는 옆집 아주머니까지 미스터리를 더하며 일상생활 속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김장미 감독은 “시나리오 쓰면서 제일 크게 작용한 건 살아가다 보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걸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공포는 스스로가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빌라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 저희가 요즘 특히 그렇다. 한 뼘밖에 없는 공간에 살지만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그런 부분에서 공포에 이용해봤다”며 “촬영 중 에피소드는 시나리오 쓰면서 촬영 때까지 너무 심한 가위에 눌렀다. 가위에 심하게 눌러서 그런 장면을 영화에 녹여보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또 영화에 대해 “숏폼으로 짧고 굵은 에피소드들의 공포 모음이다. 올여름 극장에서 시원하게 관람해달라”고 당부했다.

서형우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마지막 에피소드 ‘끈’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있는 것 같다는 감독의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그린다. 옆집에 사는 사람과 목에 끈이 묶인다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참신한 공포를 선사한다.

서형우 감독은 “모든 공포는 의심에서 시작된다. 의심에서 시작되는 공포가 많기 때문에 순간 끈에서도 둘이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싶은 그런 지점을 봐달라”며 “저흰 생활 밀착형 공포다. 제일 무서운 건 인간이고, 주거 형태라고 생각해서 그 두 가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해준 배우들에 대해 “김민석을 좋아하고 아는 PD가 추천해줘서 소속사를 찾아갔다.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설명하며 설득해갔다. 대표가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관객들과) 열심히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다. 재미있게 봐달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신체모음.zip’은 30일 개봉한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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