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링글스통에 티슈가…편의점의 이색상품
단순 협업 넘어선 상품 기획
세븐일레븐 '앙리마티스와인'
작품 새겨져 수집욕구 자극
CU는 전통주로 하이볼 내놔
프로틴음료 16종 샘플러도
30대 직장인 정소영 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감자칩 '프링글스'가 티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구매했다. 평소 야외 활동이 많은 정씨는 "차를 이용해 교외로 캠핑을 자주 다니는데 티슈가 프링글스 갑처럼 원통형이다 보니 운전석 옆 컵홀더에 넣고 쓰기 좋다. 캠핑할 때도 캠핑의자 컵홀더에 끼워 쓰면 편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타 브랜드와의 단순 협업을 넘어 고유한 대체 불가능 상품 개발에 직접 참여해 수요를 창출하는 '뉴디맨드(New Demand)'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생활필수품 하나도 색다르길 원하는 MZ세대를 공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할 만한 상품이나 소장가치가 있는 상품을 고민하는 것이다. 아침 식사 대용 상품 서너 개를 묶어 함께 판매하는 것도 비슷한 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지난 9일 미국 켈로그 감자칩 상품 '프링글스'의 친숙한 원통형 패키지에 티슈를 결합한 이색 상품 '프링글스 휴대용 티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프링글스가 맛별로 패키지 디자인이 세분화된 것처럼 이번 티슈 상품도 4가지 종류로 구성했다. 이 상품은 출시되자마자 2030세대의 눈길을 끌었고, 운영점 기준 일일 최대 5000개까지 판매되며 여행용 티슈 상품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엔데믹과 함께 늘어난 야외 활동에 자동차나 유모차 등 컵홀더에 끼워 넣고 쓸 수 있다는 점이 고객을 공략한 포인트로 꼽혔다. 세븐일레븐은 "실제 프링글스처럼 패키지를 종이 소재로 제작했고, 핸디형이라 가방에서 뽑아 쓰기도 편해 휴대성이 좋다"고 밝혔다.
기존에 납작한 파우치 형태로만 나오던 휴대용 티슈 외관을 원통형으로 바꾼 것만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뉴디맨드 사례로 꼽힌다. 상품이 본래 사용 목적인 1차적 용도의 효용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재미 요소까지 더해 'SNS 인증템'으로 입소문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이 2021년 선보인 와인 시리즈 '앙리마티스와인'도 비슷한 예다. 프랑스 야수파 대표 화가 앙리 마티스의 드로잉작 '카티아'와 '나디아' 등이 새겨진 독특한 레이블 디자인이 수집 욕구를 자극했고, 인테리어용 와인병으로 유명해졌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앙리마티스와인은 누적 판매 30만병 이상을 달성하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상품이 됐다.
CU가 최근 편의점 하이볼 열풍에 내놓은 차별화 상품 '안동소주 하이볼'은 양주인 위스키가 아니라 전통주를 기본으로 했다. CU는 '조선의 믹솔로지'라는 콘셉트를 내걸고 우리나라 3대 전통주 중 하나인 안동소주를 활용해 기존에 없던 독특한 하이볼을 만들었다. 참신한 발상이 호평을 받으며 해당 제품은 출시 초기(6월) 대비 이달 매출이 38.8% 높았다.
CU가 프로틴 음료 16종을 한 세트로 구성해 판매한 '프로틴 음료 샘플러'도 소비자의 숨은 수요를 정확히 공략했다. CU 상품기획자가 큐레이팅 가이드북을 동봉해 고객이 각자 기호에 맞는 상품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1000개 한정 수량이 단 이틀 만에 완판됐다. 이마트24의 '감숙왕이랑 아몬드 머거본'은 바나나 1개와 아몬드 15g을 한데 모은 상품으로 아침 식사 대용으로 인기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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