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700억달러' ARM, 나스닥 상장 신청

노유정 2023. 8. 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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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 기업
올해 美증시 상장 '최대어' 전망
주식 10% 수준 자금 조달할 듯
얼어붙은 IPO 시장 재개 기대감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기업 ARM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신청했다. ARM은 모바일 칩 설계 분야의 강자로 기업가치는 600억~700억달러(약 80조~9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미국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어’로, 고금리 기조에 얼어붙은 미국 IPO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기술주 역대 세 번째 조달 규모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ARM은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직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상장 시기는 다음달께로 잡고 있고, 티커명 ARM으로 신청했다. 다만 상장 주식 수 등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주관사는 바클레이스와 골드만삭스, 미즈호증권이다.

블룸버그는 ARM의 목표 기업가치(시가총액)가 600억~700억달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비전펀드의 ARM 지분 25%를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 평가액은 640억달러였다.

ARM은 본래 IPO를 통해 80억~100억달러(약 10조7000억~13조3700억원)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가 보유한 ARM 지분 25%를 161억달러에 매입한 뒤 소수 지분만 상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조달 규모가 당초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이번에 상장되는 ARM 주식이 전체의 10%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ARM이 상장되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2년 만의 최대 IPO 종목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는 2021년 10월 전기차 제조기업 리비안이 137억달러 규모의 IPO에 성공한 후 가장 큰 규모다. 기술주 가운데 알리바바(250억달러), 메타(160억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에 속한다.

이번 ARM의 상장은 미국 IPO 시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이후 미 IPO 시장이 1년 반가량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대어급 기업이 등장해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더해줄 것이란 기대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벤처캐피털(VC) 시장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 등 빅테크 기업을 앵커 투자자로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이번 IPO 같은 대규모 거래가 성공하면 더 많은 활동(IPO)을 촉진할 수 있다”며 “최근 존슨앤드존슨에서 분사해 상장한 켄뷰도 성공적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해 작은 기업들의 상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99%

ARM은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의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스마트폰 칩 시장점유율은 99%에 달한다. 삼성전자, 애플과 퀄컴, AMD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IPO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ARM은 2023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매출이 26억8000만달러(약 3조5831억원)로 전년(27억달러, 3조6000억원) 대비 약 1% 감소했다. 순이익은 5억2400만달러(약 7005억원)로 이 기간 5% 줄었다.

앞서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약 42조7840억원)에 ARM을 인수했다. 이듬해 2017년 지분 25%를 80억달러(약 10조6960억원)에 비전펀드1(VF1)에 매각했다. 2020년 9월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400억달러(약 53조6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으나, 각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ARM의 상장을 앞두고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1에 매각한 지분 25%를 재인수했다.

지난 3월까지 ARM의 반도체 칩 출하량은 300억 개 이상으로, 소프트뱅크 인수 전보다 70% 증가했다.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칩 설계 역량을 갖추며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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