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약 안전성' 놓고···GC녹십자-JW중외제약 舌戰
JW중외 측 "통계 해석 오류" 반박
타사 제품 거론은 이례적이란 평가
업계, 시장 선점 위한 신경전 분석
혈우병 치료제를 놓고 GC녹십자(006280)와 JW중외제약(001060)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사건은 지난 21일 GC녹십자가 JW중외제약의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의 이상사례 보고율이 자사의 8인자 제제 제품군보다 높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제약 업계에서도 GC녹십자가 타사의 제품명까지 거론한 것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음날인 22일 JW중외제약은 GC녹십자의 이상 사례 보고율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같은 날 GC녹십자도 자신들의 해석이 맞다며 JW중외제약의 반박에 조목조목 재반박하면서 양사의 공방은 격화되는 모습이다.
혈우병은 혈액 내 피를 굳게 하는 물질이 부족하게 돼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양사의 공방은 국내 혈우병 환자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혈우재단을 통한 치료제 공급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헴리브라는 제9인자와 제10인자에 동시 결합하는 이중특이항체 기술이 적용돼 제8인자의 혈액응고 작용기전과 같은 방식으로 혈우병을 치료한다. GC녹십자의 그린진에프는 3세대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혈우병치료제로 2010년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GC녹십자는 앞서 보도자료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 이상사례보고시스템(FAERS)을 통해 분석한 결과 헴리브라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이 8인자제제보다 2.8배 높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헴리브라 투여 후 발생한 이상 사례 총 2383건 중 혈전 이상 사례는 97건”이라며 “전체 이상 사례의 4.07%를 차지한 반면 8인자 제제는 1.44%에 그쳤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자체개발한 8인자 제제 그린진에프, 그린모노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케다제약과 애드베이트, 애디노베이트 등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반면 JW중외제약은 GC녹십자의 주장이 잘못된 통계 해석에 근거한 분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JW중외제약도 보도자료에서 “제품 간 이상 반응 발생율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각 제품의 총 투여환자수 대비 이상 사례의 발생 수’가 필요하다”며 “다만 GC녹십자의 발표 내용에는 총 투여 환자 수 없이 FDA에 보고된 이상 사례만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헴리브라가 8인자 제제 대비 혈전 이상 사례 보고율이 약 3배라는 결론은 비약적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안전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JW중외제약은 “헴리브라와 8인자 제제의 전체 이상 사례는 각각 2383건과 9324건”이라며 “8인자 제제의 이상 사례가 3배 이상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혈전 이상 반응 사례 역시 헴리브라 97건, 8인자 제제 134건으로 8인자 제제의 이상 사례 보고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JW중외제약은 또 “특히 같은 데이터에서 조사된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헴리브라 2383건 중 1545건(64.8%), 8인자 제제 9324건 중 7675건(82.3%)으로 8인자 제제의 숫자와 비율 모두 8인자 제제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GC녹십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재반박했다. GC녹십자는 추가 자료를 내고 “보고된 총 이상 사례 중 혈전 이상 사례 비율을 비교한 연구인 만큼 혈전 이상 사례 ‘보고율’이 2.8배 높았다고 보는 것은 타당한 해석”이라며 “혈전 이상 사례 수의 절대값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두고 양사가 경쟁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공방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JW중외제약은 “경쟁사 약을 직접 거론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혈우병 치료제의 존재 이유는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인 만큼 JW중외제약은 앞으로도 환자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GC녹십자는 “특정 회사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폄하하고자 함은 아니다”라며 “이번 발표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안전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연구자적 관점에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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