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사교육 카르텔'의 잡범과 주범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소탕 작전으로 교사들이 학원에 모의고사 문제를 팔고 수억 원씩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들은 사교육 과열의 '주범'이라기보다 사교육 열풍을 타고 한몫 잡아보려던 '잡범'에 가깝다.
사교육 과열의 근본 원인은 공고한 대학 서열화와 소득 격차다. 근본 원인에는 손을 못 대고 입시제도만 바꾸니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수시전형이 확대되자 내신 관리 및 자기소개서 대필을 책임지는 고액 컨설팅 학원이 등장했고, 수험생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수능 탐구영역 선택과목을 4개에서 2개로 줄이고 영어 절대평가를 시행하자 한두 개의 어려운 문제를 맞히는 능력이 대입을 좌우하게 되면서 일타강사를 중심으로 '킬러문항' 문제풀이 학원이 등장했다.
주범은 실질적인 교육 책임은 방기한 채 입학 성적에 따라 전 국민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이 본질적 기능이 돼버린 한국의 대학 교육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클로디아 골딘과 로런스 카츠 교수는 교육 수준에 따라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으로 기술 진보 대비 교육 성취의 둔화를 꼽았다. 일반 대학교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숙련된 인재를 충분히 배출하지 못할 경우 그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좋은 학벌과 고학력에 '프리미엄'이 붙어 대학 서열이 더 공고해지고 교육 수준에 따른 임금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독일 대학은 평준화돼 입학이 쉬운 반면에 졸업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스위스 제네바의과대학은 입학생 중 무려 70%를 탈락시킨다. OECD에 따르면 독일은 2020년 대졸자와 대학원 졸업자의 임금격차가 1.02배로 거의 차이가 없었던 반면, 한국은 1.32배로 스위스(1.2배) 영국(1.2배) 프랑스(1.27배) 등 대부분 유럽 국가들보다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지금의 대학 교육을 그대로 둔 채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다면 아무리 '사교육 카르텔'을 때려잡아도 학벌 프리미엄과 소득 격차, 대입 경쟁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수능 한 문제를 더 맞히기 위한 무의미한 경쟁보다 각자 적성을 찾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따뜻한 경쟁'을 하는 사회를 바라본다.
[문가영 사회부 moon3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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