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사상최대 …가계빚 9개월만에 증가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3. 8. 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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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2분기 가계신용 현황
집값 바닥론에 주택매매 늘자
가계빚 전분기대비 9.5조 증가
보금자리론·50년만기 대출에
3분기도 증가세 이어질 듯
이창용 "가계빚 감축이 1순위"

집값 반등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올해 2분기 가계빚이 9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1년 넘게 이어진 긴축 정책에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무위에 그칠 경우 향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위축에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행은 가계빚 부담을 이유로 금리 인상 카드를 남겨두고 있고, 금융당국도 가계빚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22일 한은은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1862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9조5000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미결제 카드 이용 대금 등 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포괄적인 가계빚을 뜻한다.

가계신용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3분기 말 이후 9개월 만이다. 작년 4분기 말 3조6000억원이 줄며 10년 만에 디레버리징이 이뤄졌고 지난 1분기 말에도 14조3000억원이 줄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주택 자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금리를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특례보금자리론 등 낮은 이자율의 정부 대출 상품이 출시되고 '집값 저점론'이 퍼지며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작년 4분기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9만1000가구였지만 2분기엔 15만5000가구로 회복된 상황이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가계신용이 증가 전환한 것은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주택 거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개별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판매신용 감소세가 계절 요인으로 둔화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담대 잔액은 1031조2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말에 이어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증가폭 역시 14조1000억원에 달해 전 분기 말(4조5000억원)의 3배 수준이었으며 2021년 3분기 말(20조9000억원) 이후 규모가 가장 컸다.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대출 역시 10조1000억원 늘어난 1748조9000억원이었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분기 기준 작년 2분기 말 이후 1년 만이다. 가계대출 중 기타대출은 전 분기보다 4조원 줄어든 717조7000억원이었다. 7분기 연속 감소세지만 감소폭은 전 분기(-15조5000억원)보다 축소됐다.

판매신용은 6000억원 줄어든 113조9000억원이었다. 할부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전 분기에 이어 줄었지만, 계절요인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는 둔화됐다.

가계빚은 3분기에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회복세에 탄력이 붙고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가 출시되는 등 주택 마련 심리를 자극하는 정책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완화된 대출 규제, 높은 체감물가, 미국 대비 높지 않은 기준금리 수준 등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며 "저소득 차주들을 지원하는 정책과 연체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을 비롯한 당국도 가계빚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까지 늘어난 가계부채를 중장기적으로 90%로 내리는 게 정책 1순위"라며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여러 미시·거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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