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먹기 'R&D지원' 대수술 내년 예산 14% 줄어 21.5조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8. 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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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역대정부 방만 운영"
성과부진 사업 등 구조조정

정부의 연구개발(R&D) 비용 지원만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이른바 '좀비기업'과 이 기업들이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브로커들이 전국에 1만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R&D 예산에 대해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 무려 33년 만에 예산을 삭감하는 등 대수술에 착수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도 정부 R&D 사업 예산이 약 21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대비 3조4500억원(약 13.9%) 감소한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를 대상으로 한 일괄 예산 삭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안이 확정되면 1991년 삭감이 이뤄진 후 33년 만의 과학기술 투자비 삭감 사례로 남게 된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나눠먹기식 방만 운영을 질타하며 국가 R&D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제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식 사업, 성과 부진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108개 사업을 통폐합해 3조4500억원 규모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 R&D는 양적 확대에 치중해 질적 개선에 소홀했다. 지금껏 역대 정부가 예산 증액이라는 쉬운 길을 걸어오며 안일함과 기득권이 자라났다"고 삭감 배경을 설명했다.

기초연구 예산도 삭감된다. 기초연구 예산은 올해 2조6000억원보다 6.2% 감소된 2조4000억원이 책정됐다. 출연연 주요 R&D 예산 역시 약 20% 삭감된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R&D 예산을 국가전략기술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책정된 주요 R&D 예산 중 5조원을 첨단바이오와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양자 사업 등에 투입한다. 전년 대비 6.3% 증가한 것이다. 국제협력 확대를 위해 우리 정부의 R&D 사업에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주관 및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하게 한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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