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펜트하우스 오픈런
"가장 눈길이 가는 자산은 펜트하우스죠."
WM(자산관리)으로 유명한 금융사의 담당 임원 A씨의 설명이다. 대기업 임원인 A씨가 자신의 급여로도 부담스러운 펜트하우스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품귀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수년 새 초고액 자산가가 빠르게 늘었다. 상속 기업이나 창업 스타트업 매각, 주식·코인 투자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자신의 부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비슷하다.
늘어난 고액 자산가 덕에 한국에서도 각종 초고가 상품들 판매가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이름도 생소했던 명품 브랜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슈퍼카 업체 수장들이 줄지어 한국을 찾아 '최고의 시장'이라며 치켜세우는 일도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다. 자산관리 전문가들 역시 최근 수년 사이에 슈퍼리치 고객들의 쇼핑 리스트가 매우 다양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점차 다양해지는 고가 자산 중에서도 가장 수요가 몰리는 곳이 펜트하우스라는 게 슈퍼리치를 상대하는 A씨의 체감경기다. 펜트하우스는 공급 물량이 적다 보니 매물이 나오는 대로 바로 소화된다고 한다. 100억원이 넘는 펜트하우스를 사겠다며 대기표를 뽑고 기다릴 정도라거나 좋은 물건이 등장하면 '오픈런'이라도 해야 할 판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자산으로서 가치와는 별개로 펜트하우스에 산다는 것이 자신의 부를 '자연스럽게' 과시할 수 있어 더 인기라는 게 WM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희소성을 내세운 펜트하우스가 인기인 것은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선 펜트하우스 아랫집까지 덩달아 고가에 거래된 지 오래라고 한다. 운전사, 가사도우미 등이 거주할 공간으로 펜트하우스 아래층까지 매입해 복층으로 개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아파트 한 채 마련을 위해 수년 동안 고생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날로 커지는 세상이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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