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정우성 “진부한 스토리 연출, 큰 도전…‘나다움’ 찾는 과정”
‘노 레퍼런스’ 원칙…“상상력 실현 과정”
“촬영 도중 부친상, ‘이래도 되나’ 생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클리셰(진부한) 스토리를 연출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어요. 나다운 고민을 담아서 완성도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면 이 도전에서 나다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지금은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과정 속의 만족감이 있어요.”
배우 정우성은 최근 가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보호자’를 연출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정우성은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보호자’의 주연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과거 단편 영화를 연출한 적은 있지만 장편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폭력 조직에 몸 담았던 수혁(정우성 분)이 딸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암흑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그린다.
정우성은 당초 이 영화의 출연만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기존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물러나면서 그가 연출까지 맡게 됐다.
“(‘보호자’) 연출 제안을 1도 고민하지 않았어요. 제작자 입장에선 연출이 부재한 상황이 난감했을텐데 ‘내가 할까?’ 물으니 ‘저야 좋죠’하고 받아줬어요. 그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 고민이 시작됐죠.”
영화 연출을 본격적으로 맡으면서 그가 처음 내린 지시는 ‘노 레퍼런스’였다. 영화를 제작할 때 촬영 준비 작업인 프리 프러덕션을 통상적으로 거친다. 이 때 스탭들은 촬영에 참고할 만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한다. 정우성은 이러한 레퍼런스 작업을 모두 없앴다.
“액션이나 시퀀스를 설계할 때 레퍼런스가 단 하나도 없었어요. ‘이 장면에서 이런 행위가 이뤄지는데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상상력을 실현하려고 했죠. 이게 곧 정우성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더라도 레퍼런스가 없는 연출을 할 것 같아요.”
폭력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수혁은 최대한 폭력과 거리를 둔다. 위험에 빠져도 방어적인 폭력만 행사할 뿐 감정적인 폭력은 지양한다. 기존 액션 영화에서 정우성이 보여줬던 강렬한 액션과는 거리가 있다. 정우성이 이번 영화를 ‘느와르’라고 칭하지 않는 이유다.
정우성은 “과거의 폭력 행위를 후회하는 수혁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폭력을 질주했을 때 그 책임이 정당화될 수 있나’ 하는 관점에서 보면 폭력은 수혁에게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사람들의 의도치 않게 하는 행위들이 불러오는 파장과 아이러니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영어 제목에도 그의 이러한 연출 의도가 담겨 있다. 영어 제목은 ‘A Man of Reason(이유가 있는 남자)’다.
“느와르 액션으로 접근한 적이 없는데 보호자를 영어로 직역하니 너무 투박했어요. 수혁의 선택 고민의 이유는 너무 명확하거든요. 수혁이 특정 이유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내면을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지었어요.”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하면서 힘든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감독으로선 없었다”고 했다. 다만 개인적인 아픔은 있었다. 촬영 기간 도중 부친상을 당한 것.
“부산 촬영 무렵 아버님이 운명을 달리하셨어요. 예산이 한정된 프로젝트여서 하루 이틀을 미루는 것조차 제작에 누가 된다는 생각에 상만 치르고 바로 액션 촬영에 임했어요. 심적으론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을 했죠.”
배우로선 베테랑이지만 감독으로선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신인 감독이다. 그러나 향후 연출의 방향성만큼은 명확했다. 대본이 주는 영감을 따르겠다는 것.
“제 배우 필모그래피를 보면 의외의 선택이 많은 걸 아실 거에요. 단 한 번도 캐릭터가 주는 영감이나 잔상을 이어가거나 간직하려고 한 적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연출을 할 때도 ‘보호자’ 같은 연출을 해야지라는 생각보다 그 대본이 주는 영감을 찾아갔습니다. 향후 연출할 때도 어떤 톤 앤 매너를 선택해야 할지, 대본에 어떤 채색할지는 또 숙제가 되겠죠.”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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