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염수 방류 현실화에 "사과할 사안 아냐"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된 데 대해 '사과할 사안은 아니'라며 방류 반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은 일본과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등 비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쿠시마 방류가 사실화된 데 대해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느냐'는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잘 되고 못 됐다고 할 결정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사죄나 사과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그럴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우리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 기반 검증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IAEA는 전 세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아주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라며 "유엔 산하기구의 공신력을 우리가 의심한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을 국민 건강 안전을 위해 최대한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오염수 조기 방출을 일본에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국민은 일본 언론 기사보다 정부의 발표를 더 믿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박 1차장은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확인과 점검 절차를 마련해뒀다"며 "일본 측에 개선을 요구할 사항이 있다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측의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요구했던 모니터링 관련 요구 사항을 전부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① IAEA가 운영하는 후쿠시마 현장 사무소에 한국 전문가 참여 ② 방사능물질 농도 기준치 초과 등 이상 상황이 발생 시 즉각 방류 중단 및 한국 측에 통보 ③ 실시간 정보 제공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구연 1차장은 두 번째 요구 사항과 관련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양국 규제당국 및 외교당국 간 신속히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이중의 핫라인을 구축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세 번째 사항에 대해서는 "일본 측은 IAEA와 협력하에 관련 데이터를 1시간 단위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우리 국민 편의를 위해 해당 정보를 한국어로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전문가의 IAEA 현장 사무소 파견은 이뤄내지 못했다. 박 1차장은 파견 대신 "우리 측이 정기적으로 현장 사무소를 방문하기로 했으며, IAEA가 오염수 방류 관련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우리 정부에 공유하고 화상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전문가 파견이 불발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1차장은 "관계되는 국가 간의 유형도 굉장히 복잡하고, 짐작컨대 외교당국에서 협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내용을 종합하면 타국과 형평성 문제, 앞으로 미칠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저희 측만 단독적으로 가는 부분은 쉽지 않은 것으로"라며 "저희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는 "저희가 볼 때 이 정도면 IAEA가 충분히 고민을 했고 또 일본 측하고도 충분히 협의를 해서 논의를 거쳤고, 이정도면 성의 표시를 한 걸로 본다"며 "저희가 당초에 의도했던 수준의 모니터링 효과는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 추가 이슈(를 제기)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시다 총리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주변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히면서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정부 방침이 유지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 1차장은 "방류의 안전성 검증이나 관리 측면과 (수산물) 수입 금지 또는 수입 절차를 굉장히 엄격하게 유지하는 부분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민의 먹거리에 관한 안전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거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라며 "그걸(수입금지 해제)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즉각 비상 행동에 돌입했다. 오는 23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의원, 보좌진, 서울시당 내 지역위원회 시구의원 등 1000여 명이 모여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주말인 오는 26일에도 비상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재명 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규탄 저지대회에서 "일본이 과학적 검증도, 주변국의 이해도, 일본 국민의 동의도 없이 오염수를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에 내버리겠다는 패악을 저질렀다"며 "용납할 수 없는 이번 결정에 들러리를 서고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윤석열 정권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세 나라 정상 간에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지지 또는 양해가 있었다는 유추를 가능하게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어떤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는지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23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투기 결정을 규탄하는 의원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배진교 원내대표가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각료회의를 열고 "기상과 해상 등 조건에 문제가 없으면 24일 시행하겠다"며 오염수 방류 개시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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