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 '재개발'하는 정육각…영유아식 1위 목표

김아름 2023. 8. 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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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식 전문 브랜드 '초록베베' 론칭
초록마을, 매출 정체·수년째 적자 지속
"3~4년 내 3000억 브랜드로 키운다"
초록마을의 신규 브랜드 초록베베에 대해 설명하는 김재연 대표/사진제공=초록마을

유기농 식료품 전문 브랜드 초록마을이 '초록베베' 브랜드를 선보이며, 영유아식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900억원에 초록마을을 인수한 정육각은 '초록베베'를 통해 초록마을의 부진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초록마을은 1조5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영유아식 시장에서 3~4년 내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유기농에 유아식 더했더니

초록마을은 1999년부터 친환경·유기농 시장을 개척해 온 1세대 유기농 식품 전문기업이다. 현재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만 380여개다. 2위권 업체들보다 100여개 이상이 많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등 먹거리 안전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배송 기술의 발달,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식품 시장이 빠르게 온라인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최근엔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2021년 2000억원을 돌파했던 매출은 지난해 1909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영업적자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초록마을을 인수한 정육각이 신규 사업 진출을 고민한 이유다. 

초록마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초록마을이 영유아식 전문 브랜드를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는 배경에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있다. 친환경·유기농 식재료를 가장 많이 찾는 소비층은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다. 기존 초록마을의 친환경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양육가정이 영유아 1인에게 사용하는 월 식비를 평균 16만원으로 계산했다. 만 2세 이하 영유아 인구가 약 78만명(2022년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연간 1조5000억원대로 추산할 수 있다. 라면·제과 시장에 버금가는 규모다.

영유아식 시장이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국내 영유아식 시장은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등 분유 제조사와 이유식 시장 강자인 베베쿡, 롯데푸드 등이 5000억원대 영유아 가공식 시장을 나누고 있다. 특히 이유식 부문은 수입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들이 뒤섞인 혼전 양상이다. 신규 브랜드지만 오프라인 매장과 배송 플랫폼 등을 갖춘 초록마을이 1위를 노려볼 만한 시장으로 분석된다.

초록베베 1위 자신하는 이유

이날 초록마을이 영유아식 전문 브랜드 '초록베베'를 선보인 건 영유아식의 원재료가 되는 유기농 식품을 20년 이상 운영해온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정육각의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배송 노하우와 초록마을의 친환경·유기농 노하우를 활용하면 기준이 까다로운 영유아식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초록마을은 친환경 유기농 원물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제철 식재료는 기간 한정으로만 운영하고, 화학 첨가물은 물론 색깔을 내기 위한 비타민C 등의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과일·채소주스도 주로 쓰이는 농축액을 사용하지 않고 착즙액을 사용했다.

초록베베 주요 상품/사진제공=초록마을

초록마을의 당일배송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한 것도 초록베베의 장점이다. 오후 6시 전에 주문을 완료하면 전국 380여개 매장에서 당일 배송된다. 수도권은 물론, 충청도·경상도·전라도 대부분의 매장에서도 주문 후 1~2시간이면 배송이 완료된다는 설명이다. 

이소해 초록마을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초록베베의 모든 상품은 안전한 원재료와 다양성 확보는 물론 먹이는 방법과 조리 과정, 보관 방식까지 100% 부모 마음을 고려해 기획했다"며 "초록베베가 시장 내 '온리 원'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연매출 6000억" 꿈 이룰까

정육각이 초록베베에 거는 기대는 크다. 향후 3~4년 내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매출로는 3000억원대다. 지난해 기준 초록마을의 매출은 1909억원이다. 초록마을이 함께 성장할 것을 감안하면 연매출 6000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물량 확대에 따른 배송 처리 부담도 없다. 전국 매장을 활용한 당일배송 인프라로 현재의 3배 물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초록마을의 매출이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으로부터 나오는 만큼 온라인 주문 증가에 따른 부담도 크지 않다.

정육각은 지난해 4월 초록마을을 인수했다/그래픽=비즈워치

정육각 관계자는 "온라인 주문을 매장에서 당일배송으로 소화하는 구조가 완성된 상태"라며 "사용률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였던 상황에서 초록베베 론칭이 해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초록마을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상당수가 영유아를 육아 중인 젊은 부모였다는 점에서 신규 시장 진출에 따른 매출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초록베베 이용자와 초록마을·정육각 이용자가 상당 부분 겹치는 상황에서 기존 매출 2000억원을 웃도는 3000억원의 신규 매출 목표가 다소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록마을의 브랜드 컨셉트가 영유아식과 잘 맞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금의 매출 목표는 다소 과도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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