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하늘길 3년7개월만에 열려…국경개방 신호, 완전 정상화는 아직 미지수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3년7개월만에 중국 수도 베이징과 평양을 오갔다. 2020년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국경을 걸어 잠갔던 북한이 본격적으로 국경 재개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오전 9시17분쯤(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 평양발 고려항공 JS151 항공편이 착륙했다. 이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여객기의 해외 운항이 확인된 것은 2020년 1월 이후 3년7개월만이다. 북한은 당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중국을 포함해 해외를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고 국경을 완전히 봉쇄했다.
북·중 간에는 지난해 화물열차, 올해 초 화물트럭의 운행이 재개되는 등 국경 재개방 신호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여객기 운항이 재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이 버스 2대에 나눠타고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잇는 압록강철교를 통해 육로로 중국에 입국한 뒤 베이징으로 이동해 서우두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떠난 바 있다.
이날 첫 여객기 운항은 북한의 국경 재개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항공은 오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여객기도 처음 운항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2023년 여름·가을 시즌 북한 항공사의 신청에 따라 평양∼베이징 정기 여객 노선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은 운항 스케줄상 매주 최소 3차례의 운항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북·중간 여객기 운항이 단기간 안에 완전히 정상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날 여객기 도착 직후 서우두공항의 고려항공 카운터에서 탑승 수속을 밟고 있던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2020년 국경 봉쇄 이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중국에 남아 있던 이들로 추정된다. 여객기 운항이 정기적인 운항 재개보다는 중국에 발이 묶여 있던 자국민들을 수송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추가적인 자국민 수송과 정기 운항 준비 차원에서 향후에도 몇 차례 북·중간 여객기 운항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베이징에 있는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날 여객기 운항이 해당 노선의 완전한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해외에 남아 있던 북한 주민들을 데려가기 위한 특별기로 볼 수 있다”면서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이날 평양에서 철수한 서방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국경 개방이 향후 우호적인 국가들로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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