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박민식의 ‘정율성 공원 철회’ 요구 거부…“中 관광객 찾아온다”

“광주의 눈에 정율성의 삶은 시대적 아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22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과 관련해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광주시에 공원 조성 계획 철회를 촉구하자 반박한 것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7일 오전 시청 중회의실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광주시

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뛰어난 음악가로서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이같이 적었다.

강 시장은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두 가지 색깔, ‘적과 나’로만 보인다”면서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베를린 도심 한 복판에는 여전히 마르크스와 엥겔스 동상이 있고, 마르크스 거리가 있다”며 “역사를 기억하는 오늘날의 방식”이라고 했다.

또 강 시장은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율성은) 항일독립운동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가 겸 음악가로 활동하다 중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라며 “그 아픔을 감싸고 극복해야 광주건, 대한민국이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라고도 했다.

중국 현대 음악의 대부로 알려진 작곡가 정율성(1914~1976) 선생의 탄생(생가) 기념비 제막식이 2006년 9월19일 광주광역시 동구 불로동 히딩크관광호텔 주차장에서 열렸다. /조선DB

앞서 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48억원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광주시가 올해 말까지 ‘정율성 기념 공원’을 짓는다고 한다”며 “이미 광주에는 ‘정율성로’도 있고 ‘정율성 생가’도 보존돼 있다. 음악제나, 고향집 복원 등에도 많은 세금을 썼는데, 안중근, 윤봉길도 못 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나”라고 했다.

이어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미화작업을 지켜보고 계실 독립지사와 호국,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솔직히 부끄럽다”며 “정율성이 독립유공자인가?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장관은 “(정율성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며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을 지냈으며,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해 단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한국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았다.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광주시는 정율성의 생가터로 지목된 동구 불로동 878㎡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시는 2020년 3월 이곳을 공원으로 지정하고 같은 해 5월 공원 조성계획을 결정했다. 시는 토지 보상비를 포함해 모두 48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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