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퇴직 시 100억 보상, 삭제하겠다"…진원생명과학, 주주 달래기
소수 주주, '황금낙하산 삭제' 제안 예고
사측 "주주 요구 반영하겠다" 의안 상정키로
진원생명과학이 '황금낙하산' 조항 삭제를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19년째 이어지는 적자, 잇단 유상증자, 대표이사의 고액 보수 등에 지친 진원생명과학 소수 주주들이 올해 강하게 요구한 사안이다. 당초 소수 주주들은 올 하반기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예고했고, 사측은 결국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2일 진원생명과학은 "최대 주주의 낮은 지분율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돼있어 황금낙하산 조항을 정관에 반영했으나,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음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 의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황금낙하산은 포이즌 필(Poison Pill), 백기사 등과 함께 기업의 적대적 M&A를 막는 대표 경영권 방어장치다. 경영진에 거액의 퇴직보상금을 지급해 인수 비용을 높임으로써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식이다.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정관에 이사의 보수 한도는 연간 500억원이고, 임기 중 해임 시 퇴직금 외 보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는(황금낙하산) 조항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기 중 적대적 인수, 합병으로 인해 그 의사에 반해 해임되는 경우 △임기 중 비자발적으로 사임하는 경우 △사유를 불문하고 임기 중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해임되는 경우다. 보상액은 이사 60억원, 대표이사 100억원이다. 다만 정관 변경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안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최대 주주 지분이 7.95%, 소액주주 지분이 92.05%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느냐가 안건 통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수 주주들의 요구로 진행하는 사항이다. 이들은 지난 6월 올 하반기 열릴 임시 주총에서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주주제안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안건 통과를 위해 우호 지분도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김재천 진원생명과학 주주협의체 대표는 "대표 해임 시 퇴직금 외 보상액을 100억원 지급해야 한단 조항은 악법으로 삭제돼야 한다"며 "주주들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진원생명과학도 올 하반기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어야만 한다. 지난 3월 등기임원 모두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결의를 못 했기 때문이다.
소수 주주들이 행동에 나선 건 진원생명과학이 또 한 번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해서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5월 818억원(현재 667억원으로 축소) 규모 유증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이후 6번째 추진하는 자금조달이다. 그동안 회사는 유증으로 △2020년 1월(납입일 기준) 198억원 △2020년 7월 764억7500만원 △2021년 9월 1137억6000만원을, 전환사채 발행으로 △2020년 11월 240억원 △2022년 4월 117억원을 조달했다. 총 2457억3500만원 규모다. 이번 유증까지 성공하면 지난 3년간 진원생명과학이 조달하는 자금은 총 3124억35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무엇보다 오랜 적자, 박영근 대표이사의 보수 수준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진원생명과학은 2004년부터 작년까지 18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영업손실 252억원을 기록했다. 19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그런데도 박 대표 보수는 제법 높은 액수로 책정돼왔다. 진원생명과학에서 2018년 23억원, 2019년 18억원, 2020년 41억원, 2021년 68억원, 2022년 56억원, 올 1~6월 20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이다. 특히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박 대표가 자회사인 VGXI로부터도 매년 수십억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박 대표는 VGXI 대표도 맡고 있다. 두 회사 급여를 합산하면 박 대표가 받은 보수는 2018년 38억원, 2019년 45억원, 2020년 81억원, 2021년 100억원, 2022년 94억원, 올 1~6월 24억원이다. 법인카드 사용액도 2020년 이후 매년 2000만~3000만원대를 기록했다. 2018년(9518만원), 2019년(6288만원)보다 줄어들긴 했다.
박 대표에 책정된 보수는 진원생명과학 영업적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급여도 영업이익 산출 전 차감하는 비용(판매·관리비)이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도 증권신고서 내 '배임 이슈에 따른 위험'을 고지하는 부분에서 "지속적인 대규모 적자에도 박영근 대표이사에 2020년부터 현재까지 약 186억원, 조병문 전무이사에게 약 36억원을 지급했다"며 "특정 임원들에게 지급됐던 급여 및 상여금 등은 회사의 재무 상태 및 손익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진원생명과학은 임원 보수 한도 개정도 검토하겠단 방침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정관 변경 중 임원 보수 한도를 현실화하는 내용도 검토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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