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스키 밀입국’ 중국 인권운동가 “탄압에 정치적 망명 신청”

홍콩에서 열린 천안문시위 추모 집회에 참석한 취안핑. 이대선 국제인권활동가 제공

최근 중국에서 제트스키(수상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해 인천 앞바다로 밀입국하려다 체포된 30대 중국인이 인권운동가 취안핑(권평·35)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취안핑은 중국 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견디지 못해 한국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려고 바다를 건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취안핑을 면회한 국제연대활동가 이대선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밀입국으로 체포된 중국인은 인권운동가 취안핑”이라며 “취안핑은 지난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슬로건이 담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비밀경찰에 체포되는 등 정치적 탄압을 받아온 인물”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10분께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인천해경 유치장에 수감된 취안핑을 면회했다.

이씨는 취안핑을 두고 “중국 당국의 탄압에 맞서 정치적 망명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안핑이 출국 금지를 당하고, 지속적으로 감시를 받는 통에 제트스키를 이용해 밀입국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취안핑은 미국 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평소 중국 정부의 정치 검열 제도를 비판하고, 구금 중인 인권변호사들을 공개 지지하는 활동을 하면서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아왔다”고 했다. 

취안핑은 지난 2016년 ‘국가권력전복선동죄’ 혐의로 4개월간 독방에 구금되고, 2017년 2월에는 길림성 연변재판소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 만기출소하기도 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지난 2016년 취안핑이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린 사진. 취안핑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풍자하는 뜻의 ‘시틀러’(XITLER·시진핑+히틀러)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다. 이대선 국제인권활동가 제공

이씨는 취안핑이 남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난민 신청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중국 동포이기도 한 취안핑은 한국에 친인척이 있어 이곳으로의 망명을 원하고 있고, 해경에 붙잡혀 처음 조사를 받았을 때부터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난민 신청을 일관되게 요청했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난민 신청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면, 제3국으로의 망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천해경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취안핑이 망명이나 난민 이야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취안핑에 대한 법적 조력을 검토 중인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주광 변호사는 “알려진 활동만 보면, 취안핑은 난민협약 31조와 긴급피난 법리에 따라 충분히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난민협약에선 난민의 불법 입국 자체를 둗고 처벌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지난 16일 취안핑이 타고 온 제트스키.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앞서 지난 20일 인천해경은 취안핑이 제트스키를 타고 인천해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취안핑은 지난 16일 아침 7시께 중국 산둥성 일대에서 1800㏄ 제트스키를 타고 출발했다. 나침반과 망원경을 보며 300㎞가 넘는 거리를 건넌 취안핑은 같은 날 밤 9시33분 인천항 인근 갯벌에 빠져 소방당국에 스스로 구조를 요청했고, 밤 10시28분 해경에 구조됐다. 해경은 이날 취안핑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