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로 '사고팔고'…불법매매 대상이 된 우리 아기들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1시간 37분'
20대 여성 A씨는 미혼 산모의 신생아를 사들이고 다시 팔아넘기기 위해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는 2019년 8월 24일 오전 9시 57분께 미혼 산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병원비 98만원을 대신 내주고 생후 6일 된 B양을 건네받았다.
이어 당일 오전 11시 34분께 인천의 카페에서 B양의 친모 행세를 하며 입양 희망자인 C씨에게 300만원을 받고 다시 B양을 넘겼다.
A씨는 B양의 친모가 인터넷에 "아이가 생겼는데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후 B양을 자신의 아이로 등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결국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다행히 B양은 다른 곳으로 입양돼 현재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최근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처럼 자녀를 양육할 여력이 없는 부모를 노려 온라인으로 접근한 뒤 영아를 주고받는 사례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에는 출산 10여일 만에 일면식 없는 여성에게 아들을 넘긴 40대 부부가 아동복지법상 방임·유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 부부는 2015년 1월 경기 이천시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출산한 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40대 여성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부부는 금전을 받지 않고 아기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21년 12월 서울 모 병원에서 여아를 출산한 뒤 인터넷으로 연락하던 성인 남녀 3명에게 아기를 넘긴 20대 여성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개인 간 아동매매나 불법 입양이 이뤄지면 출산 이후 신생아는 사실상 '유령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출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신생아가 누구에게 맡겨졌는지, 안전성이 확보됐는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B양을 비롯한 영아들이 출생신고 없이 친모의 곁을 떠나 암암리에 유기되는 동안 사회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불법 매매나 입양이 주로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런 행위들을 걸러낼 장치가 필요하다"며 "강력한 처벌과 함께 위기 가정에 대한 국가적 지원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유사 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출생통보제'가 통과됐다.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알리는 제도로, 출생 단계부터 국가가 관여해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다만 출생통보제로 인해 출산 기록이 남는 것을 원치 않는 산모들의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추진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양육 포기의 길을 열어놓는다는 주장이 있어 찬반 논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아동매매나 유기에 대한 가벼운 형량 탓에 불법 행위가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의 경우 앞서 다른 아동매매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해 10월 전주지법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3월 아동매매 혐의에 대한 징역형 권고 범위를 징역 1∼3년으로 정하도록 의결했다.
아동복지법상 유기 혐의에 대한 기본 양형은 징역 6개월∼1년 6개월 권고로 유지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아이를 검증되지 않은 제삼자에게 넘기는 순간 그 생명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양형 기준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입장에선 불특정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권고 형량이 법 감정에 맞을지도 몰라도 국민 정서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다"고 덧붙였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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