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제한 어려운데”… 50년 만기 집단대출 고심하는 은행
일괄 승인 집단대출, 나이 제한 쉽지 않아
상품 판매 중단 시 집단대출 경쟁력 저하
은행, 50년 만기 상품에 공통된 기준 마련 예정
은행권이 50년 만기 집단대출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가계부채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는 금융 당국의 지적에 따라 은행권은 초장기 만기 상품에 대해 가입 연령 제한, 판매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대출의 경우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구조여서 사실상 가입 연령을 제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초장기 만기 집단대출의 판매를 중단하는 카드를 꺼내기도 어렵다. 한 은행이 집단대출에서 50년 만기를 선제적으로 없애면 대출자(차주)들은 50년 만기 상품이 있는 다른 은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집단대출 시장 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개별 대출과 집단대출로 나눠 50년 만기 주담대의 급증을 막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별 대출에 대해서는 가입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현재 주택금융공사의 50년 만기 정책 모기지가 ‘만 34세 이하 청년 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가구’라는 조건으로 가입 연령을 제한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도 이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집단대출의 경우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으로 이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대출 연령을 제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가입 연령의 상한선을 만 34세로 제한하고 있는 신한은행도 집단대출의 경우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부산은행 역시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가입 연령을 제한하지 않는다. 집단대출은 재건축·재개발과 분양 등 정비사업에서 조합원과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승인이 이뤄지는 대출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기 위한 방안을 개별 대출과 집단대출로 나눠 마련할 것”이라며 “개별 대출은 가입 연령 제한이 가능한 구조이지만,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나이를 제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50년 만기 집단대출의 급증을 막기 위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집단대출에서 50년 만기를 없애는 선택지가 있기는 하나, 자칫 집단대출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은행권이 이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집단대출은 많게는 수천억원대까지 대출이 이뤄지며 은행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이 때문에 각 은행에서는 엇비슷한 금리 수준 등을 제시하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은행이 50년 만기 상품을 선제적으로 없앨 경우, 고객은 다른 은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은행 관계자는 “개별 대출보다 집단대출이 더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라며 “은행에 찾아오는 고객은 50년 만기 상품이 있든 없든 올 고객은 오지만, 집단대출의 경우 은행 한 곳만 50년 만기가 없다고 하면 있는 은행으로 고객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은행권은 초장기 만기 대출의 급증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은행별로 나이 제한 등의 카드를 꺼낼 경우 기준이 느슨한 은행으로 대출이 몰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 간 자율적 논의를 통해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각각 기준을 적용하다 보면 조건에 따라 유불리가 많이 생길 수 있어 은행연합회를 통해 같이 논의하려고 한다”라며 “금융 당국의 지도와 별개로 은행들이 같이 모여 논의하려고 추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자율적 합의안을 고려해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최종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의 50년 만기 상품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라며 “은행권의 자율 대책을 고려해 조만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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