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가짜뉴스 척결’ 정부‧여당, 이동관에 힘 실어주기?
與, 가짜뉴스 세미나 개최…野 “비판 보도 가짜뉴스로 치부해 탄압”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연일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 대응 목소리를 내며 '가짜뉴스 척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식 등 각종 행사와 회의 자리에서 빠짐없이 '가짜뉴스'를 언급, 국론 분열의 주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또 한 번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여당도 적극적으로 발맞추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등 야당의 '가짜뉴스‧괴담'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방송은 물론, 포털의 실정도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야권 일각에선 당정대의 이 같은 '가짜뉴스와의 전쟁' 행보를 두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필두로 한 정부의 '방송 장악'을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여당, "반국가세력이 가짜뉴스 만들어" 맹공
22일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위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짜뉴스 괴담, 무엇을 노리나? 산업이 된 가짜뉴스'라는 이름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민의힘이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김장겸 전 MBC 사장은 "가짜뉴스가 불손한 세력에 의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실효성 있는 가짜뉴스 퇴치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윤 대통령 역시 '을지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와 위장평화 공세, 반국가세력을 활용한 선전·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짜뉴스를 언급했다. 한국 사회를 혼란케 하는 북한발(發) 가짜뉴스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국내 '반국가세력'을 다시 한 번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자유총연맹 행사를 시작으로 통상 문재인 정부나 야당을 겨냥한 비판을 하면서 '반국가세력'이란 표현을 동원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며 정부에 비판적인 국내 세력을 저격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적극적인 고발로 가짜뉴스에 대응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김건희 여사의 '트위터 실버마크'와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이 있은 뒤에도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재생산 중인 불특정 다수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앞서 한 언론은 지난 13일 외교부가 대통령실 지시로 김 여사의 트위터 계정에 실버마크 인증을 받기 위해 직원을 동원하는 등 무리하게 움직였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대통령실이 해당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법적 조치에 나선 건 앞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김의겸 민주당 의원, 역술인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의원 등에 이어 네 번째다.
"가짜뉴스 타령, 방송 장악 명분 쌓기 중"
야권에선 이 같이 당정대가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가짜뉴스 비판 메시지를 내는 데 대해 다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임명이 사실상 강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짜뉴스 척결'이라는 명분 아래 방송 장악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란 주장이다.
이동관 후보자도 지난 달 28일 지명된 직후부터 가짜뉴스를 여러 차례 거론하고 있다. 그는 일부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에 비유하며 정부‧여당과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들을 '가짜뉴스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 전 국회에 사전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방통위가 가장 시급히 확보해야할 예산'으로 '가짜뉴스 대응 예산'을 꼽았을 만큼 향후 가짜뉴스와의 전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정부가 '적(敵)'으로 규정한 가짜뉴스의 기준이 편파적이라는 우려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에 "친정부 성향의 기사를 쓰면 좋은 언론이라며 격려하고, 정부를 비판하면 확실한 팩트를 기반으로 보도해도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우기는 게 지금 정부와 여당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타령'은 앞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탄압하려는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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