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월드]②정권 바뀌어도 정책 연속성 먹혔다
2008년 법 제정…5년마다 진흥계획 수립
타국 비교시 '일부 늦지만 정책 큰틀은 빨라'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 산업으로 ‘로봇’을 지목,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로봇산업 육성 전략을 만들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발족하고, 관련 정책을 올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에요. 이는 전 세계적 추세이기도 합니다. 비즈워치는 글로벌 로봇시장 동향과 전망, 국내기업들이 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정권 바뀌어도 로봇정책 연속돼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거대 공급망을 기반으로 로봇산업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관련기사:[로봇월드]①중국, 이미 절반이상 잠식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 로봇산업에선 정부의 체계적 육성정책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내수시장 한계 극복을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기술 수출이 필수인데요. 이를 위해 규제가 장애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로봇산업에 초점을 맞춘 때는 2003년 입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로봇산업을 국가 10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했죠. 이후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 관련 법이 제정됩니다. 이른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하 지능형로봇법)’입니다.
로봇이 산업 전반에 접목돼 생산성 혁신을 촉진하는 기반기술이라는 판단에서 였죠. 생산가능인구도 매년 30만~50만명씩 감소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로봇이 이를 대응할 핵심 수단으로 떠올랐다는게 정부기관 측 설명입니다.
또 지능형로봇법 제5조에 따르면, 정부는 로봇산업 진흥을 위해 5년마다 기본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에 정부는 법 제정 이듬해인 2009년을 비롯 2014·2019년에 걸쳐 국내 로봇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투자 및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로봇산업정책은 연속성을 가져간게 특징입니다. 지능형로봇법 제정 시기가 2008년이었던 점도 타국가 대비 빨랐다는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참고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로봇 정책은 있으나 법률로 제정된 것은 없습니다.
실외이동로봇 사업화 대응도
올해 들어 로봇산업 진흥 정책에 더욱 드라이브가 걸리는 모양새입니다.
올 3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6대 핵심과제로 로봇산업이 포함된 데 이어 4월엔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기존 한시법이었던 지능형로봇법이 영구법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개정안 통과로 배달로봇 등 실외이동로봇의 사업화도 가능해졌습니다.
이전 법령상 로봇의 보도 통행과 공원 출입이 금지되는 등 규제가 관련 사업화를 가로막고 있었는데요. 개정안은 실외이동로봇의 정의를 다시 설정하고 안전성 기준을 신설, 로봇의 실외이동을 허용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송 등을 위해 자율주행으로 운행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실외이동로봇’으로 정의했고요. 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의 운행자에게 실외이동로봇의 운행상 발생한 손해배상을 위해 보험 및 공제 등에 가입하도록 했습니다.
개정안은 추후 정부 이송,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되고,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인 올 10월경 시행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내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인증기준 등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현행 도로교통법상 보도통행 금지 대상인 ‘차마(車馬)’에서 제외, 연내엔 실외이동로봇의 보도통행도 가능해질 방침입니다. 향후 배송·순찰·방역·안내·청소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로봇 활용이 예상됩니다.
선진국과 비교하니
일각에선 미국과 일본에 비해 자율주행 로봇 도입 시기가 늦었다는 아쉬움이 나오기도 합니다. 미국은 2016년 개인배달장치법 제정 후 20여개주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허용됐고요. 일본은 2022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자율주행 로봇 운행이 허용돼 올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죠.
하지만 하나의 사례로 로봇산업에 대한 육성정책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공경철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로봇관련 법을 제정한 것으로 보자면 한국이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한국에만 유일하게 로봇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특별법이 2008년부터 제정됐다”며 “이는 한국이 선도적인 로봇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로봇정책 살펴보니
정부는 올해 3월 ‘첨단로봇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촉진하고 나섰습니다.
크게 △모빌리티 △안전 △협업·보조 △인프라 등 4대 핵심분야를 선정, 51개 개선과제를 도출했는데요.
연내 로봇을 활용한 배송사업이 가능하도록 택배 및 소화물배송대행 운송수단에 로봇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또 내년까지 로봇 외관을 활용해 옥외광고를 할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순찰로봇의 경찰장비 도입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사업 창출을 촉진할 방침입니다.
위험한 현장 작업도 로봇이 대신할 수 있게 됩니다. 정부는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을 수중 청소 로봇이 회수할 수 있도록 해양오염방제업 등록 기준을 개정하고 선박 표면 청소 작업에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 기준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사람과의 협업·보조를 통한 서비스 시장 진입도 적극 지원합니다. 의료보험 수가 적용 범위를 일부 로봇 보행치료에서 재활로봇을 활용한 의료 행위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어요.
올 하반기 로봇 관련 정책인 ‘첨단로봇 산업전략 1.0’ 발표도 예정돼 있습니다.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와 세제 혜택, 연구개발 지원 등에 대한 수요 창출이 기대되는 포인트입니다.
박상수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 실장은 “서비스 로봇의 시장 활성화가 되기 위해선 규제 이슈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로드맵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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