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버팀목`인데… 車·조선 줄파업 위기

장우진 2023. 8. 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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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놓고 노사 갈등 격화
현대차, 25일 쟁의 찬반투표
현대중공업, 일단 잠정 합의
내일 조합원투표로 최종결정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달 11일 울산 본사에서 파업 찬반 투표지를 개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현대자동차 노조가 작년 6월28일 울산 북구 현대차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국내 자동차·조선업계에서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놓고 노요궁사간 갈등을 심화되면서 파업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나머지 4개 계열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고, 현대자동차 노조도 파업 카드를 만지작 대고 있어 9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산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자동차와 조선은 사실상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어, 양사 노조 움직임에 따라 수출 전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23일 임시대의원회의를 열고 파업 등 쟁의행위를 결의한 후, 이틀 뒤인 2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 18일 사측과의 제17차 교섭에서 "사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괄제시 없는 교섭은 더 이상 의미없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뒤 실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임단협과 관련해서는 2018년 이후 5년 만의 파업에 나서게 된다. 노조가 만약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곧바로 파업에 나서는 것이 아닌 만큼 9월이 고비라는 평이 나온다. 노조는 지난달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총 4시간 부분파업을 단행했지만 임단협과는 무관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조합원 자녀의 고교 입학시 축하금 100만원 지급, 휴직기간 상여금 지급 등을 포함해 정년연장(만 64세)까지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작년에도 정년연장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해 '수용불가' 원칙을 고수해 올해도 난항이 예상된다.

만약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생산 차질에 따른 수출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달 12일 하루 4시간 부분파업으로 2000여대 수준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특히 국내 생산 후 수출 규모는 114만대를 넘어 작년 동기보다 28% 증가한 만큼 노조 파업은 흐름을 끊는 악재로 꼽힌다.

현재 완성차 5사 중 임단협을 마무리한 곳은 KG모빌리티뿐이다. 기아·GM 한국사업장 등도 노사 이견이 나오고 있으며, 르노코리아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GM 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도 수출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노조 움직임에 촉각이 쏠린다.

살얼음판을 걷던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기본급 12만원 인상을 골자로 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오는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으로,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올해 임단협은 마무리된다.

다만 12만원 인상안 역시 당초 노조가 요구한 금액에는 미치지 못한 상황으로 변수는 남아있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를 요구해오고 있으며, 사측은 처음에는 한 자릿수 인상안, 이후 10만5000(호봉승급분 포함)을 제시해 갈등을 빚어 왔다.

만약 찬반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나온다. 노조는 전날 진행된 교섭 자리에서 "8월말~9월초면 조합은 행동할 수밖에 없는 시기임을 오래전부터 알려왔다. 파업이 시작되면 교섭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그룹은 5개 계열사가 공동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한 상황으로, HD현대중공업만 잠정합의안이 나온 상태다. 큰 형 격인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면 나머지 4개 계열사(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노조도 보다 강경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생산차질도 불가피하다.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만 118척·154억7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목표 98.2%를 달성했고 도크가 꽉 차 일손이 모자란 상태다. 오랜만에 수주 호황을 누리는 업황 속에서 노조 파업은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회사가 대승적 결단을 내려줬다. 조합원 선택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장우진·이상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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