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재판 공전에 검찰 “형사사법 흔드는 노골적 시도”
검찰 “가족 불화 아냐... 진술 막는 사법 방해”
법원, 이화영에 국선 선임... 오후 재판은 재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실질적 변론을 맡아온 법무법인 해광의 사임에 의해 22일 오전에도 재차 공전됐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부터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절차를 이어갔지만, 검찰은 재판이 한 달 가까이 파행된 점을 지적하며 “사법 방해가 의심된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측이 정치적 사건에서 종종 보이는 재판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나 홀로 출석했다. 10개월 동안 이 전 부지사의 변론을 도맡아 온 법무법인 해광이 하루 전인 21일 법원에 사임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사임서에는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비난해 신뢰 관계에 기초한 정상적인 변론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재판에서 사선 변호인을 재선임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다른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해광 측이 사임해 도저히 어렵다고 했다”며 “갇힌 상태에서 설득하기 어려웠고, 가족들에 대한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변호인단을 다시 구성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전 부지사의 요청은 아내 백모씨의 해임신고서에서 비롯됐다. 백씨는 지난달 24일 해광 측 변호인들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그간 혐의를 부인해왔던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로 했다고 사전에 보고했다”고 기존 진술을 변경했는데, 백씨는 이 같은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변경이 해광 측의 설득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해광에 대해 각종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재판에서 백씨는 이 전 부지사에게 “정신차리라”며 훈계를 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8일 재판에서는 공동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덕수 소속 김형태 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와 상의도 없이 변호인으로 출석하더니 검찰 진술조서를 부인한다는 내용의 의견서와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제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갈등을 빚은 김 변호사는 즉석에서 사임서까지 내는 바람에 재판은 어쩔 수 없이 한 차례 더 연기됐다. 김 변호사는 민변 출신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이기도 했다.
22일 검찰은 “백씨가 지난 10개월간 (변호인들과) 문제없이 (재판을) 진행하다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해광을 비난하고 검찰이 회유와 압박을 했다는 허위 주장을 해 재판이 한 달간 공전됐다. 오늘 재판도 공전되는 상황으로, 남편인 피고인의 의사에 반할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건 단순히 피고인과 가족 간 불화나 견해 차이로 보긴 어렵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진술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법 방해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을 흔들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혐의사실과 방어권 입증은 법정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실체진실 발견을 위해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지사의 재판에 대한 변호인 측의 태도에 대해 “의도적인 지연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에서 관련자의 불리한 진술을 막기 위해 종종 유사한 전략을 쓰곤 한다”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막기 위해 아내 등 측근이 의도적으로 관여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으며,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국선 변호임을 선임하고 오후 2시부터 재판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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