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북한 영웅을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강기정 "적대 정치 그만하라"

안경호 2023. 8. 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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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2일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계획을 두고 충돌했다.

박 장관이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 미화 작업을 지켜보고 계실 독립지사와 호국,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부끄럽다"고 비판하자, 강 시장이 "나와 다른 모두에 등을 돌리는 적대의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다른 것,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반기는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라"고 맞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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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 참석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2일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계획을 두고 충돌했다. 박 장관이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 미화 작업을 지켜보고 계실 독립지사와 호국,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부끄럽다"고 비판하자, 강 시장이 "나와 다른 모두에 등을 돌리는 적대의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다른 것,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반기는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라"고 맞받은 것이다.

두 사람 간 온라인 설전은 박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시작됐다. 박 장관은 광주시가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을 기념하기 위해 48억 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걸 언급하며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중국 영웅 또는 북한 영웅인 그 사람을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 그렇게도 기념할 인물이 없는가"라며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시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광주시 계획은) 전면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쓴소리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17일 오전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확대 간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그러자 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두 가지 색깔, '적과 나'로만 보인다"고 되받았다. 강 시장은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 문화 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강 시장은 또 "독일 베를린 도심 한복판에는 여전히 마르크스와 엥겔스 동상이 있고, 마르크스 거리가 있다"며 "(그것은) 역사를 기억하는 오늘날의 방식"이라고 훈수했다. 강 시장은 이어 "항일독립운동가의 집안에서 태어나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가 겸 음악가로 활동하다 중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라며 "그 아픔을 감싸고 극복해야 광주건, 대한민국이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고도 했다.

1914년 혹은 1918년생으로 알려진 정율성은 광주 출신으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공부한 후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 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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