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귀국한 탁신, '징역 8년'…왕실 사면 받을까(상보)[피플in포커스]

박재하 기자 2023. 8. 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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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도착해 대법원으로…징역 10년→8년으로 줄어
'정치적 인질'된 탁신…군부 연합 대가로 사면되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사진은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한 탁신 전 총리. 2023.08.22/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로이터통신과 태국 타이PBS 등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싱가포르에서 전용기를 타고 태국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다.

그를 환영하는 인파와 탁신계 정당 프아타이당 관계자들과 인사한 탁신 전 총리는 경찰에 의해 대법원으로 연행됐다.

그는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를 제외한 부정부패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법원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탁신 전 총리는 즉시 왕실에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사진은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사진에 인사하는 탁신 전 총리. 2023.08.22/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경찰관→재벌→총리까지 오른 탁신

탁신 전 총리는 1949년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부유한 중국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14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미국에서 유학 중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해 신코퍼레이션을 태국 최대 통신회사로 일궜고 10년만에 재벌로 성장했다.

이후 탁신 전 총리는 1998년 타이락타이당을 창당해 정계로 뛰어들어 2001년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아시아 금융 위기로 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농민과 서민, 지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부채 탕감과 국가의료보험 신설 등 이른바 '탁신노믹스'라 불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당시 혜택을 받았던 이들은 이후 그의 열렬한 지지단체 '레드 셔츠'로 탈바꿈했고 이에 힘입은 탁신 전 총리는 2005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2006년 신코포레이션의 주식 매각 수익금 면세 등 각종 부정부패 혐의에 발목을 잡혔고 이는 곧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이후 군부는 같은 해 탁신 전 총리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 도중 쿠데타를 일으켜 그를 끌어내렸다.

탁신 전 총리는 당시 "정치적 수사"라며 의혹을 부인했고 2008년 잠시 귀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싱가포르 등에서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사진은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탁신 전 총리(가운데)와 막내딸 패통탄(오른쪽). 2023.08.22/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탁신가(家)

탁신 전 총리는 축출 이후에도 여전히 태국 정치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2008년엔 그의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과 2011년엔 여동생인 잉락이 총리로 선출됐다.

하지만 이들 역시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고 이 시기 태국은 레드 셔츠와 '옐로 셔츠'로 대표되는 탁신계, 반(反)탁신 세력의 갈등으로 혼란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2014년 쿠데타로 쁘라윳 짠오차 재임 총리가 오랜 기간 집권해 군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던 중 탁신계는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이 정계 입문을 선언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프아타이당의 총리 후보로 나섰다.

줄곧 지지율 1위를 놓치지 않던 패통탄과 프아타이당은 총선에서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군주제 개혁 등 의제로 혜성처럼 나타난 전진당(MFP)의 선전으로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이후 프아타이당은 전진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며 집권을 노렸다.

하지만 결국 '왕실모독죄 폐지' 공약에 반발한 군부와 보수 진영의 반대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의 총리 도전이 실패하자 프아타이당은 빠르게 전진당과 결별하고 군부와 손을 잡았다.

프아타이당의 '배신'에 민심의 분노도 커지고 있지만 프아타이당은 '집권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사진은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탁신 전 총리. 2023.08.22/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혼란 속에서 다시 등장한 전 총리

이런 가운데 태국 의회는 이날 탁신계 정당인 프아타이당에서 단독 후보로 출마한 부동산 재벌 스레타 타위신에게 투표할 예정이다.

스레타 후보의 총리 선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탁신 전 총리의 귀국도 맞물리며 일각에서는 프아타이당이 군부와 모종의 협상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프아타이당이 전진당과 결별하면서 군부는 권력에서 내려오지 않고 왕실은 왕실모독죄 폐지를 백지화시키고 탁신계는 다시 집권하는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태국 대법원은 이날 탁신 전 총리에게 미얀마 차관 불법 승인, 차명인을 통한 불법 주식 보유, 디지털 복권 발행 비리 등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에 탁신 전 총리는 왕실에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에서 국왕은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면은 탁신 전 총리 또는 패통탄 등 가족이 신청할 수 있으며 기각 시 2년간 다시 신청할 수 없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동남아시아 정치 전문가 애런 코넬리는 "만약 탁신 전 총리가 일정 기간 안에 왕실 사면을 받지 못한다면 지지자들은 프아타이당이 거짓된 구실로 연정에 참여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품기 시작할 것이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타나폰 스리얀쿨 태국 정치정책연구소 소장은 방콕포스트에 프아타이당이 군부 정당과의 연합을 보장하기 위해 탁신 전 총리가 일종의 "정치적 인질"로 복역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탁신 전 총리 지지자들은 프아타이당과 군부의 연합에 분노하고 있다.

전 레드 셔츠 지도자이자 프아타이당원이었던 눗타우트 사이쿠아는 프아타이당이 군부 정당들과 손을 잡은 것에 항의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태국 우본 라차타니대학교의 티티폴 팍디와니치 정치학부 학장은 "이번 총선은 처음부터 탁신 전 총리에 관한 선거였다"며 "그의 복귀는 총선에서 약화됐던 보수 진영을 강화할 것이며 태국의 민주화 과정을 지연시킬 것이다"고 지적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사진은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탁신 전 총리. 2023.08.22/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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