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위기 올지 모를 부정맥환자 원격진료 막은 의료법에 더 '갑갑'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3. 8. 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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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유럽 각국서 허용 불구
국내선 30년째 '제자리걸음'
부정맥학회장 "즉시 도입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不整脈·Arrhythmia) 환자는 주로 고령으로, 한 해 약 6000~7000명이 심장 내 삽입장치(CIED)를 이식한다. 현재 심장 내 삽입장치를 이식한 부정맥 환자는 약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심장 내 삽입장치는 부정맥 감시와 치료를 위해 환자에 이식한 인공 심박동기 또는 이식형 심율동 전환 제세동기와 같은 의료용 기기로, 담당 의료인이 환자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어 정상적이지 않는 심장 상태에 대한 정보와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어 심장 내 삽입장치 원격 모니터링이 의료법상 불법이다. 관계 부처의 유권해석도 마찬가지다.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 도입은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부정맥 환자의 갑작스러운 심장리듬 변화는 불시에 찾아올 수 있고 매우 치명적이어서 미국·유럽을 비롯해 일본,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 각국이 심장 내 삽입장치 원격 모니터링을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30년째 불허하고 있다. 심장 내 삽입장치를 이식한 국내 환자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담당 의사에게 해당 의료기기가 감지한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고 상태를 점검받는다.

이런 가운데 대한부정맥학회(회장 이명용)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환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심장 내 삽입장치 원격 모니터링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원격 모니터링은 원격진료와 결을 달리한다. 모니터링은 말 그대로 이식된 의료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진료 과정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료 행위는 모두 원내에서 이뤄진다. 이미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감시장치를 활용한 모니터링이 다수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용 대한부정맥학회 회장(단국대병원장)은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 정보는 환자가 내원했을 때 얻는 정보와 완전히 동일하다"며 "모니터링 허용은 환자 정보의 생성 위치를 병원이 아닌 '환자가 있는 어디나'로 확장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노태호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심장질환은 큰 문제가 나타나기 전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이상신호'들이 있다. 그러나 현재 원격 모니터링이 허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몇 개월치 이력을 모아 한꺼번에 진단받는 구조여서 제때 이런 신호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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