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모를 엉덩이 통증 … 혹시 나도 천장관절증후군?
오래된 경우엔 다리저림까지
요통환자중 15~25%가 겪어
통증 비슷해 디스크로 오진도
원인 다양해 정확한 진단 필요
심할 경우 천장관절 주사치료
직장인 김 모씨(55)는 몇 개월 전부터 심해진 엉덩이와 허벅지 통증으로 아플 때마다 병원을 찾아 허리에 주사 치료를 받았지만 일시적일 뿐 또다시 통증이 발생했다. 그는 계단을 오르거나 차에 타고 내릴 때 힘들었지만 걸으면 통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한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천장관절증후군' 진단을 받았는데, 천장관절 주사 치료를 1회 받은 후 통증이 90% 이상 감소돼 매우 만족했다. 김씨는 허리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에 디스크가 약간 튀어나왔지만 신경을 누르는 정도는 아니었다.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원장(가톨릭의대 명예교수)은 "직장 생활을 하는 남성 4명 중 1명은 1년에 1회 이상 요통을 겪고, 요통을 겪는 이들 12명 중 1명은 직장 근무를 못하고 쉰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요통의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천장관절증후군으로, 요통 환자의 15~25%에 해당한다"(디네시 소라니 신시내티대 정형외과 교수·데이비드 폴리 미네소타대 정형외과 교수)고 설명했다.
천장관절증후군은 잘못된 진단으로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며 척추 수술까지 받기도 한다. 천장관절증후군도 허리디스크처럼 한쪽 둔부에 통증이 나타나지만, 허리 벨트라인 아래쪽 중앙에서 3㎝ 떨어진 엉덩이에 통증이 나타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오래되면 골반에서 사타구니까지, 그리고 허벅지와 종아리로 뻗는 통증을 동반하며 다리가 저리다고 호소한다. 디스크에 의한 통증과 감별이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허리를 치료하는데도 통증이 낫지 않고 지속된다면 천장관절증후군을 한 번쯤 의심해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적극 추천한다.
그는 "환자들은 대부분 책상다리(가부좌) 자세가 어려운 것이 특징이며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아프다고 호소한다"면서 "통증은 계단을 오르거나 차에서 타고 내릴 때도 증가하며 걷기 시작할 때는 아프지만 오래 걸으면 오히려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천장관절은 골반을 구성하는 천골(척추뼈 아래쪽에 있는 삼각형의 뼈)과 장골(골반뼈의 가장 큰 뼈)을 연결하는 관절로, 척추와 하지를 연결하므로 체중 부하를 많이 받는다. 척추에서 내려오는 체중 부하를 골반에서 완충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통증이 허리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또 걸을 때 신체 무게를 한쪽 다리에서 다른 한쪽 다리로 이동해주는 몫을 한다. 이 부위 관절 자체가 오랫동안 충격을 받거나 피로가 누적되면 어긋나거나 틀어지면서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한다.
천장관절증후군은 요추나 천추에서 오는 신경의 지배를 받으므로 허리디스크나 염좌 등에서 오는 통증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디스크 탈출이나 염좌로 잘못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일이 흔하다.
문 원장은 "허리를 치료받았는데도 호전이 없고 MRI 등 정밀 검사에서 통증 부위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면 천장관절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장관절증후군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엉덩방아를 찧거나 스케이트, 테니스, 골프 등으로 입은 외상이 44%(하버드대 척추센터 초우 교수)로 가장 흔하다.
결국 골반이 틀어지거나 허리의 한쪽으로 하중이 전달돼 천골과 장골을 잇는 인대에 긴장과 손상을 초래해 천장관절 질환을 유발한다. 척추측만증, 다리 길이 차이 그리고 한쪽 다리에 힘을 주고 서 있거나 한쪽으로만 꼬는 경우 한쪽 골반에 힘이 가해지게 돼 생기므로 주의를 요한다.
다른 원인으로는 허리 수술을 꼽는다. 캐나다 퀘백대 쉔 교수는 척추융합술 환자에서 32.9% 빈도로, 수술을 하지 않는 환자 15.8%에 비해 천장관절증후군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원인은 수술 후 천장관절에 부하가 더 많이 걸려 퇴행성 변화가 더욱더 일어나고 인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 밖에 척추융합술 때 장골능에서 뼈이식 채취 부위가 원인일 수 있다. 퇴행성관절, 임신, 출산, 호르몬 등의 변화도 인대를 약화시켜 천장관절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진단은 진찰(책상다리를 해보는 테스트)과 통증 양상으로 추정하며, 천장관절 차단(천장관절 주사 치료), 즉 천장관절 내로 국소마취제를 주사해 통증이 감소한다면 천장관절증후군의 진단이 가능하다.
골반 MRI 자체로는 진단이 불가능하며 감별 진단에 이용된다. 천장관절 주사 치료 자체가 진단과 치료에 중요하다는 얘기다. 감별이 필요한 질환은 허리디스크에 의한 통증 외 이상근증후군을 포함한 심부 둔부증후군, 고관절질환, 대퇴전자증후군, 엉덩이 점액낭염, 좌골신경통 등이다. 고관절 질환도 천장관절증후군처럼 책상다리를 하면 통증이 생기므로 감별이 중요하다.
고관절 질환은 사타구니 쪽이 아픈 경우가 많지만, 천장관절증후군은 사타구니 통증과 함께 둔부에도 통증이 있고 영상사진에서 골반이 틀어진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만성화돼 골반이 오랜 기간 틀어져 있으면 이상근증후군, 대퇴전자증후군 및 좌골 점액낭염 등 질환을 동반하는 것도 흔하게 발견되므로 이들 질환도 동시에 치료해야 근본 치료가 된다.
문 원장은 "통증이 오래되지 않았다면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진통제를 복용하는 정도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심하면 천장관절 주사 치료를 시행한다"며 "재발하면 고주파 열응고술도 시행하며 난치성은 천추신경자극술이나 수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골반 자체가 틀어져 있거나 양쪽 높이가 차이 나는 경우에는 재발하기 쉬우므로 도수치료와 운동치료로 자세를 교정해야 재발이 방지된다. 다리를 꼬거나 짝다리 등 나쁜 자세를 하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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