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되찾아준 보청기 '이명'까지 잡아준다고? [기고]
새로 보청기를 장만했다면 이전보다 잘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물론 보청기 효과를 온전히 보려면 기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단지 소리만 잘 듣게 해주는 게 아니다. 보청기는 이명과 피로 감소, 사회적 활동 개선, 청력 재활 같은 삶의 질과 관련 있는 간접적인 영향도 크다. 이 때문에 보청기는 착용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난청은 이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은 주변에 소리가 나지 않음에도 특정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하는데, 이는 주로 난청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병원에 내원하는 난청인 중 절반 이상이 이명을 겪고 있어 난청과 이명이 깊이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난청인이 보청기를 착용하면 소리를 잘 듣고 이명 또한 완화되는 효과가 바로 그 방증이다.
이명은 주변이 조용할 때 잘 발생하고 심해지는데, 이 때문에 평소 소리를 잘 못 듣는 난청인이 일반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이명을 느낄 확률이 높다.
따라서 난청인이 보청기를 통해 듣지 못하던 소리를 잘 듣게 된다면 이명 증상도 개선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명 소리를 가리는 사운드 마스크(sound mask) 기능을 가진 보청기가 많은데,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면 이명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들리지 않도록 보청기에서 특정 소리가 난다.
보청기는 피로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난청인은 주변 소리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주변을 예의 주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자주 느낀다. 난청인은 말소리가 잘 안 들리면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상대방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이때 인지력을 과도하게 사용한다.
인지력은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으로, 무언가를 기억하거나 집중하고 소리를 들을 때 필요한 뇌의 에너지다. 안 들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 인지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남아 있는 인지력이 고갈돼 다른 일이나 활동을 하는 데 집중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화할 때 앞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입 모양과 손짓을 상세하게 보는 난청인이 많다. 그러나 보청기를 착용한다면 이런 불필요한 활동을 하지 않고도 소리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난청은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면서 소외감과 고립감을 유발한다. 난청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난청인은 잦은 피로감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 있으며, 난청인의 주변인도 그와의 대화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난청인이 무기력증, 우울감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활기찬 일상을 보내려면 보청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난청인에게 보청기를 권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청력 재활이다. 청력 재활은 난청 악화 방지와 청력 유지에 효과적이다. 난청은 한 번 진행되면 빠르게 악화되고, 회복하기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난청이 있다면 보청기 착용과 함께 평소 청력 재활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보청기는 난청인이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와 청각 자극을 유도하는데, 이는 청력의 빠른 악화를 막아준다.
그러나 난청이 너무 악화되면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 재활 효과를 볼 수 없다. 따라서 난청이 있다면 청력이 악화되기 전에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보청기 효과는 이 밖에도 치매, 낙상 사고 예방 등 다양하다. 이처럼 보청기가 난청인의 청각적·심리적·정신적 측면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확인되면서 진가가 재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난청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청력 검사를 받고 보청기 처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내 나이에 벌써 보청기라니' 혹은 '이 정도의 청력은 괜찮아'와 같은 안일한 생각은 난청 악화를 막지 못한다. 보청기는 제때 착용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100세 장수 시대, 난청이 있다면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보청기를 적극 검토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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