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치료제 개발은 '0'

2023. 8. 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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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변이 나날이 느는데…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국내 신규 확진자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1일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를 6월 1일부터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혀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가올 또 다른 팬데믹 예방을 위해 다양한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월 2주 차(8월 8~14일) 일일 평균 확진자는 4만9897명을 기록했으며 지난 9일에는 일일 확진자가 8월 들어 최고치인 6만5699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치료제 처방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식 허가한 코로나19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뿐이다. 국내 역시 팍스로비드가 최근 정식 품목 허가를 받았고, MSD의 라게브리오는 긴급사용 승인으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처방 기준으로 치료제 도입 약 1년6개월 만인 7월에야 치료제 처방률 50%(만 60세 이상 기준)를 넘었다. 팍스로비드는 FDA 기준 병용금기 약물이 37종에 이르고, 이 가운데 국내에 허가된 의약품 성분 중 병용 금기나 병용 위험 약물에 해당하는 것은 총 26종이다. 팍스로비드의 주 처방 대상은 만 60세 이상 고위험군이어서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없는 환자가 많다. 이에 정부는 병용금기 약물이 거의 없는 라게브리오를 보완재 성격으로 지난해 3월 긴급사용 승인했지만 최근 효능 논란이 불거졌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원(감염내과 전문의)은 "가능하면 고위험군에게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 좋지만, 병용금기 약물이 많아 병원에서 대응하기 어렵고 코로나19 치료제가 있는 약국이 많지 않아 처방에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코로나19 치료제 처방률을 높이고, 향후 다가올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제가 요구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승인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83건 가운데 67건(80%)이 종료된 상태다. 나머지는 개발 중이거나 공식적으로 종료되지 않은 임상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은 일동제약, 신풍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샤페론, 제넨셀, 이뮨메드, 비엘, 에이피알지 등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다수 기업이 치료제 개발을 위해 뛰어들었지만 엔데믹에 따른 수요 부족과 임상 환자 모집의 어려움이 겹치며 개발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서울 한 약국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배송돼 쌓여 있다. 화이자가 생산한 이 치료제는 처방전이 지정 약국이나 보건소에 도착할 경우 담당 보건소 관계자가 직접 받아 코로나19 환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매경DB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는 지난해 말 임상을 마치고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지만 실패했고 올해 1월 정식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최근 임상 2상을 마친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제프티'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추진 중이다. 신풍제약은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치료제 허가는 지지부진하다. 일동제약과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모두 정부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11월 조코바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한국과 일본은 조코바에 대한 글로벌 2·3상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양국 판단은 달랐다. 조코바 역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자국 치료제를 탄생시켰다.

조코바는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를 제치고 일본 내 코로나19 치료제 시장 점유율 60%로 1위에 올랐다. 조코바를 개발한 시오노기제약 매출도 크게 늘었다.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7.3% 증가한 4267억엔(약 4조원)이다. 이 가운데 조코바 매출은 1047억엔(약 1조원)으로 전체 처방의약품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 세 번째 국가지만 현재 사용은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의 제약 주권을 강조했지만, 지원은 아직 선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코바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자국 제품을 장려한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긴급사용 승인을 위한 임상 2·3상을 마친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전임상 포함 2상까지 모든 비용을 미국 정부가 조성한 항바이러스제 개발 프로그램(APP·Antiviral Program for Pandemic)으로 지원받는 범용 항바이러스임상 계약을 마쳤다. 미국에서 니클로사마이드의 임상적 유의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아직 정부는 검토와 허가에 미온적이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결정에 코로나19 치료제의 자급화와 국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학계도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치료제가 있어야 환자 상태나 바이러스 특성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치료제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이 불안해 품절 우려가 있다. 국내에서 치료제를 개발 및 자체 생산한다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팍스로비드의 유상공급도 변수다.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으로 팍스로비드가 유상 공급됨에 따라 화이자는 2024년 상반기 내 보험급여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팍스로비드 가격은 1인 치료 기준(5일치) 70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가 무상으로 공급했지만 보험급여가 적용되면 환자도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 신 연구원은 "현재 약가에서 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는 20만~30만원을 부담해야 하고, 또 보험 적용이 되기 위해서는 품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팍스로비드만 처방 가능하다"며 "환자는 선택지가 팍스로비드뿐이고 약값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코로나19 치료제가 다양해야 약값 부담을 줄이고 변이를 방어할 수 있다. 신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앞으로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팍스로비드 하나만 수입해서 처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치료제 개발을 독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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