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버는 K팝…산업 역군 된 음반 속 '포토카드'[초점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K팝이 해외에서 유례 없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4세대, 5세대 신인 아이돌 그룹 역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K팝의 글로벌 신드롬을 이끌고 있다.
특히 빌보드 차트에서 K팝 가수들의 이름을 찾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방탄소년단이 K팝 가수 최초로 메인 차트인 ‘핫 100’, ‘빌보드 200’ 정상을 밟았고, 음반 인기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200’에서는 방탄소년단 외에도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블랙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등이 1위를 거두며 K팝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특히 K팝 가수들의 음반은 수출 상품 중에서도 최고 효자로 꼽힌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약 1억 3293만 달러(한화 약 1777억 8058만 원)다.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는 음반 판매량 중에서도 유의미한 범위를 차지하는 해외 팬들의 직구, 속칭 ‘보따리상’을 통해 유통되는 앨범의 수량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수출액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K팝이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국내 연예기획사 역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등 최정상 아이돌 그룹을 대거 보유한 하이브,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2PM, 있지 등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해외 매출 비중이 이미 국내 매출을 뛰어넘었다.
하이브는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이 63.3%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 1조 316억 원 중 6526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매출의 2/3 가까이를 해외에서만 거둔 셈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3170억 원(30.7%), 북미가 2872억 원(27.8%)을 차지했고, 기타 국가가 485억 원(4.7%)이었다.
JYP의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를 넘었다. 스트레이 키즈가 빌보드 1위 가수가 되고, 트와이스가 K팝 걸그룹 최초로 북미 스타디움에 입성해 전석 매진 인기 속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데 힘입은 성과다.
동방신기, NCT, 에스파, 슈퍼주니어 등을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해외 매출 비중이 34%였고, 블랙핑크, 트레저 등이 활약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49%였다.
이러한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CD로 대표되는 음반 판매와 음반 판매 실적을 견인하는 포토카드로 거둬들인 것이다. 음악 시장의 주류로 여겨지는 북미 팝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 역시 음원 스트리밍이 메인 스트림으로 재편됐으나, 여전히 음반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반 판매량은 팬덤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지표로 꼽힌다. 그러나 비단 음반 판매량이 팬덤의 충성도에 기댄 것만은 아니다. 가요계에서는 음반에 들어간 포토카드가 앨범 판매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포토카드는 아티스트의 미공개 사진이 담긴 굿즈로, 최소 2종 이상으로 구성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2년 내 발매된 주요 K팝 음반(50종)을 조사해 K팝 팬덤 활동 소비자의 52.7%가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었다고 답한 반면, CD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는 답변은 5.7%에 불과했다.
이미 음반 구매는 포토카드 ‘소장’을 위한 ‘수집’의 영역까지 확대된 셈. 해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반 판매를 이러한 포토카드 등 굿즈가 유도하는 것을 볼 때, 포토카드는 K팝을 대표하는 수출 상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음악보다 오히려 아티스트의 IP가 팬들에게는 가장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이 된 셈이다.
K팝을 자유롭게 소비하는 MZ 세대의 ‘디깅 소비’ 역시 이러한 포토카드 인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깅 소비’란 음반, 음원 등을 통해 음악을 듣는 1차원적 소비를 넘어 좋아하는 것들을 직접 소장하고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더 깊이 콘텐츠에 몰입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직접 소장의 욕구가 커진 시대에 발맞춰 포토카드가 팬덤의 이러한 ‘니즈’를 맞춰주고 있는 셈이다.
K팝의 소비 패턴은 일시적인 음악, 영상 감상에서 나아가 IP 상품 수요로 트렌드가 점차 바뀌어 가는 중이다. 포토카드는 IP 소장의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이러한 포토카드는 K팝 시장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통용되는 ‘알짜 상품’이다. 화장품 등 다양한 브랜드가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광고 모델을 이용한 여러 종의 포토카드를 내놓는가 하면, 인기 게임에서도 NPC 포토카드를 내놓는 등 IP를 이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포토카드 수집은 국내외 팬들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즐거운 여행을 즐길 때 내가 사랑하는 ‘최애’의 사진과 함께 인증샷을 찍는 팬들의 문화인 ‘예절샷’ 촬영에 포토카드가 이용된다. 팬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정성껏 꾸민 포토카드를 가지고 인증샷을 찍고, 친한 팬들과 함께 단체샷을 촬영하며 ‘연대’를 공고히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K팝의 해외 매출 규모는 무섭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K팝 시장 확대의 최대 수출 역군으로 꼽히는 포토카드 등 IP 상품에 대한 가치와 니즈 역시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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