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3분기만에 증가 전환···주택담보대출 14조 증가
올 2분기 가계신용이 9조5000억원 늘어 주춤하던 가계빚이 3분기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와중에도 가계가 빚을 늘린 것인데, 부동산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자 주택담보대출이 큰폭 늘어난 것이 가계빚 증가세를 주도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9조5000억원(0.5%)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말한다.
가계신용은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3조6000억원)와 올해 1분기(-14조3000억원) 연속 감소했지만, 세 분기 만에 다시 반등했다. 다만 전년 동기보다는 5조6000억원 적은 상태다.
가계대출만 보면, 올 2분기 말 잔액이 1748조9000억원으로 전기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 한분기만에 14조1000억원 큰폭 늘었다. 증가폭도 올 1분기(4조5000억원)의 3배를 웃돌았다. 실제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올 1분기 11만9000가구에서 2분기 15만5000가구로 늘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4조원 줄면서 7분기 연속 감소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감소폭이 1분기 15조5000억원에서 2분기 4조원으로 10조원 이상 급감해 향후에도 감소세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분기 가계신용 증가액 9조5000억원은 2021년 4분기 17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액”이라며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로 주택거래가 늘면서 개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했고, 판매신용 감소세도 계절 영향으로 둔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의 신용 공여가 주식투자 자금으로 활용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구별로는 예금은행에서 가계대출이 3개월 사이 4조원 증가했지만,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는 6조5000억원 줄었다.
판매신용은 2분기 6000억원 감소했다. 할부금융회사가 할부금융 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판매신용이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5월 가정의 달 관련 소비 등 계절적 요인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어 전체 감소액은 1분기(-3조3000억원)보다 축소됐다.
가계빚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취약계층의 빚 부담이 큰데다,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시중에 계속해서 자금이 풀리면서 물가하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서 팀장은 가계신용의 향후 추이에 대해 “한은과 정부가 가계신용 증가세에 주목하고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가계신용은 주택경기와 금융환경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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