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났어요" 문 '쾅쾅'…연기 뚫고 3개층 뛰어 다닌 경찰, 생명 구했다

김지은 기자 2023. 8. 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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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천장에서 불꽃이 막 떨어져요.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당황한 그는 "계속 불꽃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와달라"고 재차 말했다.

김 경사는 "연기가 9층으로도 번질 수 있어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내려갔다"며 "9층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계셨는데 휠체어에 태워서 위급한 순간에 바로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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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안방이 모두 전소됐다. /사진=독자제공


"안방 천장에서 불꽃이 막 떨어져요.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112신고가 접수됐다. 안방 천장 전등에서 불꽃이 타닥타닥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근처에서 순찰을 돌던 서울숲지구대 소속 김홍주 경사와 이원재 경장이 현장에 출동했다.

그 사이 신고자에게 또 다시 연락이 왔다. 당황한 그는 "계속 불꽃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와달라"고 재차 말했다. 김 경사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신고자 스스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우선 '집 밖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한 뒤에 현장에 급하게 달려갔다"고 말했다.

신고 접수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신속하게 역할을 나눴다. 소방이 장비를 착용하는 동안 이 경장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서 대피 안내 방송을 했다. 김 경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12신고가 들어온 10층으로 올라갔다.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연기가 위로 솟구치고 있다. /영상=독자제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연기가 아파트 복도를 천장부터 허리 높이까지 가득했다. 김 경사는 "눈 앞에 그렇게 많은 연기가 있는 건 경찰 생활 9년 동안 처음이었다"며 "자칫 잘못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아파트 복도에 있는 창문을 하나하나 모두 열어 환기시켰다. 하지만 연기는 계속해서 위로 솟구쳤다. 그는 "연기가 계속 위쪽으로 올라가다 보니까 10층, 11층, 12층에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대피시켜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총 12가구에 집집마다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경찰입니다. 화재가 났습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지금 당장 대피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안내했다"고 말했다.

해당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주민들은 경찰 안내에 따라 코를 수건으로 막고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빠져나갔다. 김 경사는 "저도 대피 안내를 하면서 연기를 살짝 한 모금 마셨는데 그 순간 머리가 띵했다"며 "생각보다 너무 연기가 독해서 마스크를 끼고 팔로 코를 막으면서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10층부터 12층까지 주민들을 대피시킨 다음에는 아래층인 9층으로 내려갔다. 김 경사는 "연기가 9층으로도 번질 수 있어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내려갔다"며 "9층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계셨는데 휠체어에 태워서 위급한 순간에 바로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초동 조치를 한 뒤 1층으로 내려가보니 주민 100여명이 나와있었다. 강아지를 안고 잠옷 차림으로 급하게 뛰어나온 사람도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팀장은 낙하물이 떨어져 주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소방은 화재를 진압하고 연기를 빼내고 잔불을 확인했다.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안방이 모두 전소됐다. /사진=독자제공


김 경사는 오전 10시47분쯤 1차 진화가 완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직접 사고 현장에 가서 살펴보니 안방이 전소된 상태였다"며 "화재 전날부터 전등이 이상했다고 하더라. 불이 깜빡깜빡 꺼지고 사고 당일에는 전등에서 재가 뚝뚝 떨어졌다고 했다. 불꽃이 플라스틱으로 된 LED 커버를 녹이고 침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불길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이런 화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속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신고가 들어왔을 때 신고자가 침착한 상황이면 주변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진압을 하도록 안내한다"며 "만약 그렇지 못한 상황이면 그 때는 진압보다는 대피를 안내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서는 소방이 우선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그 사이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집중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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