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성추행·폭언 일삼은 직원 해고한 뱅크샐러드에 “해고는 과해”...근거는?
조사 후 징계위원회 개최한 뱅크샐러드…해당 직원 해고 통보
법원 “’근태 불량’ 징계 사유로 보기 어려워 …해고 무효”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에서 성추행과 폭언을 저지른 직원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은 뱅크샐러드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해고 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성추행·폭언 등은 인정되지만 해고 사유 중 하나인 ‘근태 불량’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6월 A씨가 뱅크샐러드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A씨의 해고 처분을 무효로 판단하고, 해고를 통보한 시점부터 변론종결까지 미지급된 임금 약 2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여자는 뽕브라 팔아야 한다”…뱅크샐러드, 조사 후 해고
법조계와 IT업계 등에 따르면 뱅크샐러드 한 팀의 조직장(팀장급)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21년 3월 다른 팀 여자 직원의 어깨를 감싸거나 업무 중 다른 여자 팀원 어깨에 손을 올려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을 촉발했다. 미팅 중에는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는 깔창을 팔아야 하고, 여자는 뽕브라를 팔아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팀원에게 폭언도 일삼았다. 그는 업무나 식사 중에 “아이 씨X”, “미친X” 등 욕설을 사용하고 팀원을 “그 새X”라고 불렀다. 팀 내에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는 물론 불안함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팀원들이 생겼다.
뱅크샐러드는 관련 내용을 파악한 뒤 즉각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A씨 언행이 직장 내 성희롱과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사건 발생 석 달 뒤인 2021년 6월 그에게 해고를 통지했다.
A씨는 뱅크샐러드 처분에 반발하며 2021년 10월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징계위원회에서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 참여를 배제해 소명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고,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한 징계라고 주장했다. 일부 징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해고 처분은 과하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성추행·폭언 인정했지만 “‘근태 불량’ 징계 사유 아냐…해고 무효”
법원은 A씨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위원회 절차에 하자가 없는 데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사건에 국한된 사안인 만큼 이를 두고 회사 징계 절차에서 소명 기회가 박탈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징계 사유인 성추행과 폭언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과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허위로 원고(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원고도 이 사건 면담 당시 ‘전혀 기억나지 않으며 당시 술에 많이 취해있었고, 그런 일이 있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점을 고려하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팀원들에게 폭언, 욕설하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서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고 처분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징계 사유인 ‘근태 불량’을 인정하지 않은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뱅크샐러드는 A씨가 무단결근은 물론 업무시간 중 회사 업무와 무관한 일을 수행했다는 내용을 적시하며 ‘근태 불량’도 해고 사유로 제시했는데, 법원은 이 부분을 기각했다. 업무시간 중 사무실 자리를 비운 시간이 많아도 사무실 외 장소에서 업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해고 이전 A씨에게 근무성적이나 태도 불량을 지적했거나 개선을 지시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인정되는 각 징계사유가 사회 통념상 가볍지 않은 사유들이라고 할지라도 인정된 징계사유만을 들어 해고를 유지하는 것은 원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될 우려가 있다”며 “원고에게 인정되는 징계사유 내용과 비위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뱅크샐러드 측은 법원 판단에 불복해 지난달 항소장을 제출했다. 2심 변론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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