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류진 전경련 회장 “4대 그룹 함께 해보자는 의지 컸다”

권유정 기자 2023. 8. 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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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

신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4대 그룹이 힘을 모아서 다 같이 잘해보자는 의지가 컸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취임 간담회를 갖고 “과거의 초심을 찾아 국민이 존경하고 기대할 수 있는 경제단체를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 부분에 그룹 오너들 모두 동의했다”고 했다. 이어 “누가 부탁을 해서 (복귀)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와 경제를 위해 잘해보자는 의견이 자연스레 모였다. 미래 지향적으로 열심히 해보려는 한경협의 의지를 보여주고, 기회를 달라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진 전경련 신임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전경련은 이날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변경하기로 했다. 한경협 명칭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하면 공식적으로 사용된다.

류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의 일원이자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의 한국 측 위원장으로, 글로벌 경험과 인맥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과거 국정농단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장치를 만들겠다. 전경련 부회장을 20년간 맡아왔기 때문에 과오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고, 4대 그룹도 그런 부분에서 (협회를) 신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류 회장과의 일문일답.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은 소감이나 포부가 있다면.

“굉장히 어깨가 무겁다. 맡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맡게 됐다.”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 탈바꿈한다는 데 기대가 크다. 어떤 형태의 싱크탱크를 구상하고 있는지.

“해외 네트워크 활용해서 훌륭한 보고서를 많이 내려 한다. 연구원 규모가 많이 축소됐기 때문에 다른 기관과 경쟁하기보다 협업하고 아웃소싱해서 좋은 정보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사람을 많이 고용하진 않으려 한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차차 검토할 예정이다.”

─헤리티지재단이 비교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다.

“지금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사를 맡고 있다. 헤리티지재단보다는 CSIS가 오히려 적절한 비교 대상이라고 본다. CSIS는 중립적이고 거의 모든 분야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보도 많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헤리티지재단, 브루킹스연구소 등도 물론 좋지만 CSIS를 주로 벤치마크해서 가보려고 한다.”

─4대 그룹이 복귀하는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가 합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최종적인 재가입은 각 회사가 결정할 일이다. 기본적으로는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경협에 통합되면서 4대 그룹이 회원사로 남기로 했다. 삼성그룹에선 증권이 빠졌는데 나머지는 남기로 했다. 전경련 부회장을 20년간 맡아왔기 때문에 과오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고, 4대 그룹도 그런 부분에서 신뢰할 것이라고 본다.”

─윤리위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과 위원장 및 위원으로는 누굴 선임할 예정인가.

“미래기금 등을 예로 들면 앞으로 일정 규모 이상 기금은 무조건 윤리위를 거쳐야 한다. (정부 요청이 있더라도) 윤리위에서 반대하면 당연히 안 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윤리위는 누가 봐도 신뢰할 수 있는 멤버로 꾸릴 것이다. 위원장을 이미 뽑긴 했지만 지금 소개하긴 어렵고 위원이 모두 정해지면 발표하려고 한다. 발표 시기는 사명 변경 허가가 나오는 9월 첫째주나 둘째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근 부회장도 아직 결정이 안 됐는데 이때 소개할 예정이다.”

─4대 그룹의 합류에 대해 야당, 시민단체 등 반대가 거세다. 향후 반대 여론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한국 사회는 한번 잘못하면 아예 매장을 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은 잘못 할 수 있다고 본다. 미래 지향적으로 열심히 해보려는 한경협의 의지를 보여주고, 기회를 달라고 설득할 것이다.”

─미국 정치권과 교류해 온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일본, 미국과는 교류가 많았고 잘 알고 있다. 그동안은 (전경련에) 해외와 소통할 적절한 창구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창구를 만들어서 회원들이 필요할 때 다른 나라들을 매칭해 주는 역할을 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전경련에 지금 회원사가 400개 정도 있는데 규모가 작은 회사는 직접 네트워킹할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 위상이 축소되는 동안 회장단의 일원으로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그런 사태가 터졌다는 게 가장 아쉬웠고, 내부적으로 시스템이 없어서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당시 부회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지금은 그런 사태를 한번 겪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 것이다. 협회의 모든 사안은 윤리위 의사결정을 거칠 것이다.”

─김병준 전 직무대행이 고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한경협이 정경유착 과오를 벗어나려면 정치인 출신은 물러나야 하지 않나.

“과거 정치 이력이 있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전경련을 이끌면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정치인이라고 평가하기보다 사람을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김병준이라는 사람을 보고, 충분히 배울만하고 앞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치를 했다는 과거 이력만 보는 시각에선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정치인이더라도 일 잘하고 사람이 좋으면 괜찮다는 뜻인가.

“김병준 고문은 예외 케이스다. 이번 회장 임기 내에 정치인 고문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직업보다 사람의 가치를 본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앞으로 모든 게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

─재계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풍산그룹이 재계를 대표하는 것에 우려가 일부 있다.

“몇 대 그룹이냐보다 그동안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 왔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풍산그룹은 다른 그룹사에 비해 회사 규모는 작지만 소재, 방산 등 일부 산업에 초점을 맞춰서 제품만큼은 글로벌 1위다. 또 중간 위치에 있는 그룹인 만큼 오히려 위, 아래 다양한 기업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플러스(+) 요인이 확실히 더 많다.”

─한경연 회원 승계하는 식으로 조항을 신설해 4대 그룹 가입을 우회적으로 유도했다는 비판이 있다.

“유도했다기보다 필요에 의해 결론이 난 것이다. 합병하는 과정에서 4대 그룹이 못 들어오면 평생 못 들어온다. 굉장히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본다. 전경련도 필요에 의해 합병을 했고 회원사니까 자연스레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 억지로 꿰맞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원 승계가 되면서 회비 납부 등 과거와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회비 부분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두 조직이 합쳐졌기 때문에 회비 시스템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큰 기업 위주로 회비 부담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려고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회원들 모두를 위한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4대 그룹 복귀를 위해 기업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너들이 요구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요구하기보다는 다 같이 잘해보자는 의지가 컸다. 최종현, 이건희 회장 등 오너들의 선친을 모두 알고 있다. 그분들이 꾸려왔던 전경련의 초심을 찾아 국민이 존경하고 기대할 수 있는 경제단체를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 부분에 모두 동의했다. 새로운 기회를 통해 힘을 모아 해보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누가 부탁해서 (복귀)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와 경제를 위해 잘해보자는 의견이 자연스레 모였다.”

─올해부터 전경련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식의 국민 소통을 할 계획인지.

“그동안 전경련이 외부와 공개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회원들과는 최대한 많은 대화의 장을 마련해보려고 한다. 다음 총회까지는 새 회장단을 뽑지 않겠지만 향후 꾸릴 회장단은 조금 더 젊게 만들어보려고 한다. 산업 중심도 과거 제조업 위주에서 IT,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옮겨가고 있듯이 회장단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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