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책임한 법처리 안돼”···김진표 野 노조법·방송법 강행 막았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김 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 직전까지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대 쟁점법안인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국회는 여야 협의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소신을 지닌 김 의장이 법안 일방처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민주당 기류가 달라졌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의장께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법안을 또 다시 일방처리하는 것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 ‘(이런 행태는) 우리 정치와 의회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며 “여야가 좀 더 협의해 보라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친정인 민주당의 법 처리를 막아선 것은 앞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법안을 추진한 후 거부권 반복으로 무력화되는 과정이 입법기관으로서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키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취지다.
이에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회동을 통해 논의를 이어간 끝에 노조법·방송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회의장께서 의장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일단 한발 물러서면서 노조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가 미뤄졌지만 9월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다시 강행 처리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반드시 9월에 처리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여당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1월께 예정된 민주노총의 위원장 선거도 또다른 변수로 거론된다. 현 양경수 위원장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9월 이후 정치권에 노조법 개정안 처리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법 개정안이 본회를 통과한 이후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면 민주노총 입장에선 연말 총파업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국회 최대 쟁점 법안인 노조법 개정안은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고, 불법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별 이사 수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학회·시청자위원회·언론단체 등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온화한 성품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신망이 두터운 김 의장은 ‘의회주의자’이자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에도 수차례 여야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앞서 양곡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강행 처리될 때 김 의장은 스스로 만든 중재안을 내놓으며 여야를 설득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려던 민주당 계획을 한 차례 저지했다.
새해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협상이 평행선을 달릴 때는 양당 원내대표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 밤늦게까지 합의안 도출을 위해 힘썼다.
이런 김 의장의 소신 행보에 대해 민주당 극성층 일부는 “김 의장이 무늬만 민주당 아니냐”며 온라인 등에서 공격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럴 때 마다 김 의장은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합의주의 정신이야 말로 민주당의 진가”라며 주변인들에게 말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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