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시선으로 본 반려인 이야기 ‘눈길’[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다섯 번째 그림책은 ‘작가’(다비드 칼리 글 / 모니카 바렌고 그림 /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다.
‘내가 여기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다비드 칼리가 그리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린 그림책 ‘작가’의 표지가 흥미롭다. ‘작가’라는 제목 아래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불도그가 그려져 있는데, ‘강아지가 작가인가?’ 혹은 ‘강아지 이름이 ‘작가’?’라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런 가벼운 질문과 함께 설렘으로 책장을 연다. 이런 즐거운 이유들이 우리로 하여금 그림의 모든 장면에 빠져들게 만들고, 단 하나의 문장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호기심의 베일은 하나씩 벗겨진다. 강아지는 창작 작업을 하는 작가도 아니고, 강아지의 이름 또한 ‘작가’가 아니다. 강아지는 글 쓰는 작가와 같이 사는 반려견일 뿐이다. 이 책은 반려견의 시각으로 견주의 생활을 관찰하고 반려견이 견주를 보살피는 이야기다. ‘내가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하는 것은 강아지의 생각이다. 마법 같은 이야기일까? 책을 끝까지 보면, 강아지의 생각에 동의하며 미소 짓게 된다.
글을 쓰는 작가를 견주로 둔 강아지는 아침마다 ‘탁타닥, 탁탁’ 하는 자판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잠옷 차림으로 글을 쓰던 작가는 먹는 것조차 잊어 버릴 정도로 글쓰기에 몰두한다. 강아지에게 밥 주는 것도 잊고 있으면, 강아지는 견주에게 밥을 달라고 알려준다. 그제야 작품에 골몰하던 작가 자신의 식사도 챙기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신없이 물건들이 흩어져 있는 책상에서 반려견은 필요한 물건을 찾아 주기도 한다. 견주를 돌보는 것(?) 같은 이 영리한 강아지는 작가에게 무엇이 절실히 필요한지 보호자처럼 고민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가끔은 이 남자, 뭔가 다른 걸 해야 해.’
이 사랑스러운 반려견은 자신이 작가를 돌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작가의 반려자가 될 ‘여자 친구 찾기’에 돌입한다. 반려견의 동물적 본능은 견주의 파트너 찾아 주기에 제법이다. 반려견의 눈에 작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 덩어리’로만 보인다. 그래서 작가가 마음에 들어 다가가는 여성들을 가려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짖거나 따라가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하는데, 마치 어머니가 아들의 배우자가 될 사람을 고르듯이 까다롭게 구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일이 과연 그림책에서만 있는 일인 것일까?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은 동물들이 주인을 지키거나 위로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종종 겪는다. 나도 예전에 강아지와 함께했을 때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나는 어떤 일로 슬프게 울고 있었고, 나를 지켜보던 강아지가 조용히 와서 눈물을 핥으며 내 품을 비집고 들어와서 안겼다. 그리고 서로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한참을 있었는데,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나는 그때 ‘생명이란 그 어떤 것도 존귀하고, 영혼이 존재한다’고 느꼈다. 영혼의 교감으로 삶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나를 위로해 주었던 그 강아지도 이 그림책의 귀여운 불도그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하고, 기르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반려동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같은 심장을 가진 영혼이라는 점에서 서로 동등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반대이거나. 이 책의 글을 쓴 다비드 칼리도 그런 생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강아지는 그림책 작가에게 수없이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책의 맨 뒤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너는 내 이야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야.’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를 만드는 너’는 누구일까? 아름다운 페이지를 만들어 나갈 나와 가까이 있는 모든 것에 잘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 ‘작가’는 반려견의 시각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랑의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따뜻한 책이다.
천지수(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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