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 포기 약속’ 이재명, 왜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은 하지 않을까
선제적 가결 요청으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방탄 않겠다는 의지 표명…구속영장 어려워질 것”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한 이 대표는 22일 자신에 대한 검찰의 2차 구속영장 청구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친이재명(친명)계는 ‘표결 보이콧’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엄호했고 비이재명(비명)계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파기’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가 본인 문제에 대한 침묵을 깨고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자신을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죄로 입건한 것을 두고 “황당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정당한 영장청구라고 보냐’는 질문에는 “그게 말이 되는 소리겠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민주당은 ‘정당한 구속영장’에 한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정기국회 회기 중인 9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 방침에 대해 “(검찰이) 비회기 때 당당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해서 처리하는 게 좋지 (회기 중에 청구하는 것은) 굳이 정치적 분란을 야기하는 정치공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진퇴양난에 처했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 방탄 논란에 휩싸이고, 가결하면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검찰의 2차 구속영장이 정당한 영장 청구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한 것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정당한 영장 청구이든 그렇지 않은 영장 청구이든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내 갈등은 커지고 있다. 친명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보이콧과 부결을 주장해왔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전국대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를 시작하면 민주당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무도한 검찰이 당 대표를 잡아가려고 하면 잡아가지 말라고 해야 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잡아가라며 도장 찍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부결을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태도와 관계 없이 저는 당당하게 부결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보이콧 방침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보이콧해도 21대 국회 끝날 때까지 계속 상정된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때부터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않으면 그 이후 최초로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해야 한다. 투표가 불성립하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회기 중에 계속 살아있게 돼 민주당이 본회의 때마다 무한 보이콧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선제적인 가결 요청으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의원은 “안 그래도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이 우리 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하시키는 큰 요인”이라며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당당하게 나가겠다고 하셨으니 신상 발언을 통해 ‘가결해달라’고 해서 의원들이 자유투표로 해서 그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 스스로 가결을 요청한다면 법원이 되려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요청에 따라 가결한다면 가결의 정치적 의미가 달라진다”며 “국회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동의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방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 대표를 압박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당당히 맞서겠다며 비장한 표정으로 호언장담할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 체포동의안 부결의 군불을 때고 있나”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보이콧을 위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네 번 했던 방탄보다 더 저질 방탄”이라며 “혁신하기 싫으면 그냥 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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