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사망’ 코스트코 직원 유족 산재신청…“진실 밝히겠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씨에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카트를 끌다 숨진 김동호씨(29)의 유족이 김씨의 죽음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유족은 코스트코 측이 산재 조사를 방해하고 사안을 축소하려 해 산재 신청으로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김씨 유족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22일 오전 경기 성남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망은 병사가 아니라 고열·폭염의 노동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에 의한 탈진·탈수가 초래한 명백한 업무상 사고”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기온이 33도로 폭염특보가 내려졌던 지난 6월19일 코스트코 경기 하남점 주차장에서 업무를 하던 중 쓰러졌다. 김씨는 매시간 200대가량의 카트를 밀며 매일 3만6000보를 이동했다. 쓰러진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유족과 노조는 코스트코가 실·외 냉풍기와 보냉장구 등 폭염 대책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봤다. 휴게실도 지나치게 멀리 있어 주차장 담당 직원들은 사실상 이용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권동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노무사는 “(온열질환 방지 조치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 567조 위반”이라며 “의학적 사망 원인도 폭염 속 과도한 활동이 탈수 및 혈전발생으로 이어져 폐색전증을 유발 악화시켰다고 평가한 점 등으로 볼 때 업무상 사고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유족은 코스트코 사측이 산재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형 김동준씨는 “비협조적인 사측으로부터 동생 관련된 각종 서류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받기까지 너무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사측은 어떻게든 자료를 안 주려고 시간을 질질 끌었고 매번 말이 바뀌었다. 거짓말로 일관하는 뻔뻔한 사측의 파렴치한 모습에 치가 떨렸다”고 했다.
유족과 노조는 “사망진단서도, 전문가도, 일반 국민도 과중한 업무에 온열로 쓰러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오직 코스트코만 지금까지 자기최면을 하며 병사라고 우기고 있다”며 “진실규명에 다가서기 위해 산재를 신청한다”고 했다.
코스트코는 산재 이후 수사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조치로 뭇매를 맞았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코스트코는 김씨 동료 직원의 참고인 조사에 동의도 받지 않고 사측 변호사를 동석 시켜 압박을 가했다. 노동부가 현장조사에 나선 지난달 31일에는 냉풍기를 틀어 사망 당시 상황보다 온도를 낮췄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7301046001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8101547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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