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스키 밀입국 중국인은 ‘인권운동가’···난민신청 주장에 해경 “사실 아냐”

박준철·강은 기자 2023. 8. 22. 15: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풍자’ 구금 인권운동가 취안핑
“첫 조사 때부터 일관되게 난민 신청”
해경 “난민 신청 ·망명 의사 안 밝혔다”
중국 인권운동가 취안핑이 타고 온 제트스키.|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지난 16일 제트스키를 타고 인천항으로 밀입국한 중국인은 중국 정부에 출국 금지당한 인권운동가 취안핑(35·权平)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문구가 새겨진 상의를 입은 채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구금된 인물이다.

취안핑은 해경에 붙잡힌 뒤 줄곧 ‘난민 신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경은 “취안핑이 난민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말이 엇갈리고 있다.

인천 해양경찰서는 22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취안핑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6일 중국 산둥 지역에서 1800cc급 제트스키를 타고 출발해 바닷길 약 300㎞를 건너 인천 해협에 도착했다.

군 당국은 오후 8시쯤 권평이 탄 제트스키를 탐지하고 미확인 선박 추적을 시작했으며 오후 9시 23분쯤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인근 갯벌에 제트스키가 좌초한 것을 파악하고 해경에 알렸다. 취안핑은 오후 9시 33분쯤 소방당국에 구조를 요청해 오후 10시 28분쯤 해경에 구조됐다.

해경 관계자는 “취안핑은 제트스키를 타고 인천항으로 밀입국했다”며 “그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난민 신청이나 망명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연대활동가 이대선씨는 “이날 오전 인천 해양경찰서 구치소에서 그를 면회했다”며 “취안핑은 중국 인권운동가로 해경에 붙잡혀 조사받을 때부터 이날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줄곧 난민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날 면회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이씨에 따르면 취안핑은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태어나 2012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중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취안핑은 평소 중국 정부의 정치 검열을 비판하고 구금 중인 인권 변호사들을 공개 지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권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이씨는 “그는 2016년 시진핑을 풍자하는 시틀러’(XITLER·시진핑+히틀러)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셀카를 트위터에 올려 중국 비밀경찰에 체포돼 ‘국가권력전복선동죄’로 4개월 동안 독방에 구금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취안핑의 밀입국 시도 배경에 중국 정부의 정치적 박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는 2017년 2월 길림성 연변재판소에서 위 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만기 출소한 후에도 중국 정부가 출국을 금지하고 감시를 계속해 해외로 망명을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취안핑이 2019년 8월 제게 연락해 한국으로 입국해 난민 인정 절차를 밟고 싶다고 했으나 중국 정부의 출국 금지 명령으로 무산됐다”면서 “이후 지난 14일 그가 한국행 의사를 밝히는 문자를 보냈고 이틀 뒤인 16일 저녁에서야 그가 제트스키를 타고 한국에 밀입국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취안핑은 해경에 붙잡혀 처음 조사를 받았을 때부터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난민 신청을 일관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취안핑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해 한국에 입국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앞으로 난민 신청 절차를 돕겠다”고도 했다

외국인 인권 단체인 공익법센터 어필은 권씨의 난민 신청 조력을 검토하고 있다. 김주광 어필 변호사는 “통상적인 조난 이전은 물론 (출발 전부터) 망명 의사를 밝힌 난민의 경우 형사 사건화하거나 처벌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알려진 내용만으로 보면 이러한 부분이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민 신청은 출입국관리소에 할 수 있으며,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되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