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의 불분명한 폐로 계획…“오염수 2051년 이후에도 발생 가능”
일본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하면서 원전 사고 수습 책임이 있는 도쿄전력은 짐을 덜게 됐다. 하지만 원자로 폐로를 비롯해 사고의 완전한 수습 일정은 불투명하다. 도쿄전력이 폐로 계획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당초 폐로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 탱크에 담긴 오염수를 방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어민들과의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처리수(일본 정부의 오염수 표현)를 보관하는 탱크가 가득 차서 폐로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가 말한 ‘필요한 공간’이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녹아 건물 잔해물과 함께 굳어진 찌꺼기(데브리)를 보관할 공간을 말한다. 냉각수와 빗물, 지하수 등이 데브리와 접촉해 오염수가 된다. 도쿄전력은 당초 하루 140t 안팎의 오염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강수량 감소와 부지 지면 아스팔트 포장 등 오염수 저감 대책의 영향으로 하루 발생량이 최근 90t까지 줄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오염수 발생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1~3호기 원자로 건물 내에 있는 데브리만 880t이다. 도쿄전력은 2011년 원전사고 당시 2021년 전에 1호기부터 데브리 제거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손도 못 대고 있다. 후쿠시마 주변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데다, 피폭 위험이 큰 작업에 투입할 노동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올해 하반기 로봇을 투입해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방식으로는 불과 몇 g의 파편만 제거할 수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취재해 온 가타야마 나쓰코 기자는 지난 5월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비교사연구센터, 사단법인 아시아국제법발전연구회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폐로 작업이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류가 시작되면 앞으로 발생하는 오염수도 계속 바다에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2011년 제시한 사고수습 계획에 원자로 1~4호기를 모두 해체해 2051년까지 폐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부터 원자로 해체 계획을 슬그머니 삭제했으며 다른 폐로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노 아키라 도쿄전력 폐로 최고 책임자는 향후 폐로 계획에 대해 “현지 지자체와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최종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자세도 보이지 않고 오염수 방류 종료 시점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부는 방류를 향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염수도 2051년 이후까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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