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참여' 대구-광주 고속철法 발의…"4.5조 예타면제"

박소연 기자 2023. 8. 2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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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구·광주 잇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에 헌정사상 최다 의원 참여…낮은 경제성 논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묻지마 흉악범죄 대책 마련' 당·정협의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22일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총 261명의 의원이 서명해 헌정 사상 최다 공동발의 법안으로 기록됐다.

여야가 극한의 정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동서화합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을 앞세운 해당 법안 추진에 모처럼 손잡았다. 다만 4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경제성 낮은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며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법안은 광주와 대구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해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109명, 더불어민주당 14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 등 총 261명의 의원이 동참했다.

달빛고속철도는 서대구역과 광주송정역을 잇는 총 길이 198.8㎞ 동서길을 잇는 고속철도로,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총사업비는 4조5000억원으로,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일었던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총사업비(원안 1조7695억원, 대안 1조8661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달빛고속철도는 지역 정치권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으나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시작으로 2021년 제4차 계획까지 '추가검토' 사업으로 지정되며 좌절됐다. 이유는 낮은 경제성 때문이다. 2021년 국토부가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B/C)수치가 0.483으로 나타났다. B/C값이 1.0보다 크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1.0보다 낮으면 편익보다 비용이 크다는 뜻이다.

달빛고속철도는 문재인 정부의 영호남 상생 공약으로 전기를 맞았으나 낮은 경제성 때문에 2021년 3월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에서 빠졌다. 그러나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전방위적으로 뛰어들어 설득에 나선 결과 같은 해 6월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 반영됐다.

윤 원내대표는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열악한 여객·물류·교통 인프라로 인해 영호남권을 아우르는 고속철도의 건설 필요성은 여러 차례 논의돼왔지만 4조5158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를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며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달빛고속철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추진단 신설 △대통령령에 따라 필요한 비용 보조 및 융자 지원 △민간자본 유치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전북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열린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화하고 있다. 2023.04.17. /사진=뉴시스

경제성이 다소 낮더라도 영호남 교류와 협력, 국민 통합의 차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책사업이란 게 지역사회의 주장이다. 부족한 경제성을 만회하기 위해 2038년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새로운 명분으로 내걸었다. 잼버리대회 유치 명목으로 새만금 신공항을 추진하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명목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와 대구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는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힘을 싣고 있다. 영호남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철도 건설을 계기로 지역구에 SOC(사회간접자본) 유치, 지역 개발 등 이익을 노릴 수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호남권에 대형 사업을 유치했다는 업적으로 삼을 수 있고 국민의힘 역시 호남 민심을 얻는단 차원에서 '윈윈'인 셈이다.

한편 예타를 면제하면서까지 철도를 건설하는 건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맞지 않는단 지적도 나온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예타 면제 요건을 최대한 엄격히 적용해 면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하는 추 부총리가 지역 숙원사업에 반기를 들기도 쉽지 않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별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과 국가사업 원칙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철도 하나 만들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구식 논리와 개발주의의 폐단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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