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함 딛고 기선제압한 신진서, 란커배 악몽은 없다
이제 란커배의 아픔은 더 이상 없다. ‘배수의 진’을 친 1국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한 한국 바둑의 최강자 신진서 9단(23)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2국을 준비한다.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25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국은 23일, 3국은 24일에 열린다.
신진서는 1국에서 평소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백이 아닌 흑을 쥐고 1국에 나선 것이다. 1국에 앞서 돌가리기를 해 신진서가 우선권을 가졌음에도 흑을 선택한 것이었다.
바둑은 두 기사 간의 기량이 대등할 경우 흑을 쥐는 쪽이 무척 유리하다. 먼저 두는 흑이 포석을 주도하며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등한 승부가 가능하게 백에 ‘덤’을 준다. 한국기원은 6집 반을 주고, 중국기원과 응씨배는 7집 반을 부여한다.
덤으로 주는 집이 꽤 크다보니 흑도 적잖은 부담이 되는데다, 인공지능(AI)의 등장 이후 어지간한 포석 연구는 다 끝나서 이제는 흑이 ‘선수’의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는 백을 쥐는 쪽이 더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신진서는 흑을 택했다. 이에 대해 1국이 끝난 후 신진서는 “비슷하다고 생각되나, 1국을 패했을 경우 2국을 좀 더 편하게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뒤집어 얘기하면 1국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는 뜻도 된다. 응씨배는 2국까지 1승1패일 경우 3국을 앞두고 다시 돌가리기를 한다. 3국에서 흑과 백, 둘 중 어떤 돌을 가져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1국을 불리한 흑으로 이긴다면 2국은 한층 안정적으로 둘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란커배 결승에서의 쓰라린 역전패도 이번 선택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진서는 백을 잡은 1국을 가져간 뒤 2국에서 흑을 잡고 패했고, 3국에서 다시 백을 잡았음에도 다 잡았던 대국을 역전패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 패배의 여파는 신진서에게 오랫동안 후유증으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불리한 1국을 승리했음에도 신진서는 “1국을 이기고 2·3국에서 져 결승을 패한 기억이 얼마 전이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다른 기분을 느끼면 안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일말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고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고 있는 신진서가 이제 고지에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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