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야구방망이 살해' BJ 징역 30년 확정

"행동 마음에 안 든다" 가혹행위 후 사체유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신의 방송을 평소 시청하던 사람을 둔기로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인터넷방송 진행자(BJ)의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사체유기‧공동감금‧사체유기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 한모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씨와 함께 피해자를 폭행했던 공범 김모씨도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평소 한씨의 방송을 보던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한씨 집에서 함께 살았다. 한씨는 A씨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함께 살던 다른 거주자들에게 사용하도록 하고, 피해자의 휴대폰 소액결제를 통해 음식을 사 먹기도 했다.

한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를 가지고 있던 A씨가 집을 어지럽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폭행을 일삼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야구방망이로 A씨의 얼굴 등 온몸을 수십 회 가격하는가 하면 목을 졸라 기절시키기도 했다. 가혹행위가 지속돼 A씨는 혼자서 물을 마시거나 거동하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으나, 한씨 등은 발각될 것이 두려워 A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같은 해 3월 10일 사망했다.

A씨 사망을 접한 한씨 등은 다른 동거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체 유기 방법을 논의하거고, A씨 사망 이튿날 여행가방에 사체를 넣어 공터에 버린 후 나무 판자로 덮어 은폐했다.

1·2심 재판부는 한씨의 살인 혐의와 범행에 가담한 김씨의 살인미수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공범에게 책임을 잔가하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도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