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데이’ 만루포 자축…“팀이 이겨서 더 기쁘다”

장한서 2023. 8. 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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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올 시즌 맹활약 중인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이미 1회 첫 타석에서 마이애미 말린스 선발투수 라이언 웨더스를 상대로 우익수 쪽 2루타를 쳐 타격감을 끌어 올린 상태였다. 3루 도루에 성공해 베이스를 훔친 김하성은 이어진 매니 마차도의 희생 플라이로 홈을 밟아 팀의 선취점까지 만들었다.
김하성.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1-0으로 팀이 앞선 2회말 돌아온 두 번째 타석. 김하성은 절호의 1사 만루 기회에서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불리한 상황에서 그의 집중력은 더욱 빛났다. 웨더스의 시속 155.5㎞ 직구를 끝까지 보고 번개 같은 배트 스피드로 받아쳤다. 시속 153㎞로 긴 아치를 그린 김하성의 타구는 끝내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빅리그 3년 차 ‘어썸킴’ 김하성의 첫 만루홈런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이날 생애 첫 MLB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면서 팀의 6-2 승리에 앞장섰다. 2연패 탈출에 성공한 샌디에이고는 60승 66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로 올라섰다.

이날은 마침 샌디에이고 구단이 ‘김하성 데이’로 지정한 날이었다. MLB 구단들은 선수 ‘버블헤드 인형’을 제작해 팬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종종 여는데, 이 행사의 주인공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팀의 간판스타 혹은 가장 뜨거운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 된다. 김하성은 자신의 날을 만루 홈런으로 자축하면서 팬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했다. 홈팬들은 기립 박수를 쏟아내며 뜨겁게 환호했다. 

만루포를 쏘아 올린 김하성은 이번 시즌 17호이자, MLB 통산 36번째 아치를 완성했다. 2021년 빅리그에 진출한 그는 개인 통산 300번째 안타를 만루 홈런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MLB에서 만루 홈런을 친 한국인 타자는 최희섭(1개), 추신수(4개), 강정호(2개), 최지만(2개)에 이어 김하성이 5번째다. 또 김하성은 추신수(1671개∙SSG), 최지만(365개∙샌디에이고)에 이어 한국인 타자로는 3번째로 3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 2회 말 만루홈런을 치고 들어와 세리머니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번 시즌 잘 치고 잘 달리면서 절정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는 김하성은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에도 성큼 다가섰다. 이날 경기까지 홈런 17개, 도루 28개를 작성한 그는 이제 홈런 3개만 추가하면 20-20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한국인 타자 중 빅리그에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추신수 한 명뿐이다. 추신수는 2009년(20홈런-21도루), 2010년(22홈런-22도루), 2013년(21홈런-20도루)에 총 3차례 성공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큰 내야수 중에선 아직 20-20클럽에 가입한 한국 선수는 물론, 일본 등 아시아 출신 타자도 없었다.

이미 한국인 빅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종전 2010년 추신수 22개)을 달성한 김하성은 추신수가 2019년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이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4개) 경신도 넘본다. 그야말로 김하성은 ‘한국인 역대 빅리거 최고 타자’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날 김하성은 4회 삼진, 6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시즌 타율은 0.278에서 0.280(414타수 116안타)으로 올랐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을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멜빈 감독은 경기 뒤 “김하성은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선수다. 김하성은 득점을 만들고 중요한 안타를 치고 꾸준히 출루한다. 우리가 1번 타자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면서 “수비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정말 좋은 선수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김하성은 “기분이 너무 좋다”며 “만루 홈런을 치고 난 뒤 팀이 이겨서 더 좋다”고 팀 승리에 기여한 점을 무엇보다 기뻐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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