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추석 굴비세트 받겠나"…심각해진 노량진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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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20년 동안 수산물을 판매했다는 김모씨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 소식에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30여년간 이곳에서 횟집을 운영했다는 왕상철(59)씨는 코로나19 위기를 지나 일본 오염수 방류까지 겪게 돼 "완전히 그로기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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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정훈 최원정 기자 = "코로나19가 지나가 이제 좀 회복하나 했더니 모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하네요. 이제 추석에 굴비 세트를 선물해도 사람들이 받겠어요?"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20년 동안 수산물을 판매했다는 김모씨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 소식에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김씨는 심각한 표정으로 "명절 대목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추석 전에 방류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틀 전인 22일 낮 찾은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들은 일본 오염수 방류가 실제로 시작되면 수산물 판매가 어떻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노량진수산시장 1층 횟집들은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도 한산했다. 외국인 관광객 4명에게 상인 서너명이 차례로 달라붙어 호객하기도 했다.
수산시장 주차장 울타리에는 시장 상우회가 '국민불안 야기하는 원전오염수 괴담, 더는 용납 안 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현수막의 결연한 구호와는 달리 이곳 상인 대부분은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 낙심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30여년간 이곳에서 횟집을 운영했다는 왕상철(59)씨는 코로나19 위기를 지나 일본 오염수 방류까지 겪게 돼 "완전히 그로기 상태"라고 했다.
왕씨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발표하고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다. 많을 때는 하루에 10팀 이상 방문했던 직장인 회식 예약도 언제 받았는지 기억도 안 날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1층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창규(58)씨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대한민국 수산업은 정말 다 망한다. 오염수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데 나 같아도 사 먹기 힘들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일부 상인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발표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대째 이곳에서 냉동수산물을 도매했다는 이모(44)씨는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이 아니라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있다"며 "우리가 먼저 일본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달에 두세번은 이곳에서 삼치를 사 간다는 음식점 주인 최모(59)씨는 "오염수 이야기가 나오고 식당 매출이 60%가 떨어졌다"며 "대출 이자 갚기도 버거운데 (정부가) 이를 해결해주기는커녕 오염수 방류를 발표하고 있다"고 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한 시민들도 방류 소식을 접하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친구와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이상훈(44)씨는 "아직은 본격적으로 오염수 방류가 안 돼서 회를 먹으러 왔지만 오염수가 퍼지면 회를 먹기 꺼려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산 갈치와 자반고등어가 담긴 봉투를 들고 있던 최모(80)씨는 "아직은 방류하지 않았다고 하니 사 먹긴 하는데 오염수를 내보내면 지금처럼 사 먹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hu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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