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스키로 서해 건넌 중국인, 알고 보니 '시진핑 비판' 인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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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수상 오토바이(제트스키)를 타고 중국 산둥성에서 서해를 건너 인천 앞바다로 밀입국하려다 붙잡힌 중국인 남성은 조선족 출신의 중국 인권운동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직후 제트스키를 타고 밀입국을 시도한 일이 굉장히 이례적이라 화제가 됐는데, 권씨는 망명을 위해 중국 당국의 감시를 피해 제트스키로 서해를 횡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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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6월 받고 만기 출소 후 망명 타진
자칫 한중 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16일 수상 오토바이(제트스키)를 타고 중국 산둥성에서 서해를 건너 인천 앞바다로 밀입국하려다 붙잡힌 중국인 남성은 조선족 출신의 중국 인권운동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의 신병 처리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강하게 송환을 요구하는 경우, 한국과 중국 정부 사이의 외교 분쟁으로 번질 소지도 있다.
국제연대활동가인 사단법인 ‘청년김대중’ 이대선 대표는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얼마 전 밀입국하다 체포된 30대 중국인은 중국 인권운동가 권평(權平)씨”라며 “권씨가 한국 또는 제3국으로 망명할 목적으로 밀입국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권씨는 16일 오후 제트스키를 타고 인천 앞바다로 밀입국하려 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해양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당일 오전 7시쯤 인천에서 300㎞ 넘게 떨어진 중국 산둥 지역에서 1,800㏄ 제트스키를 타고 출발해 오후 9시 23분쯤 인천 앞바다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인근 갯벌에 제트스키가 걸려 발이 묶이자 오후 9시 33분쯤 스스로 119에 신고를 했고 이후 해경에 체포됐다.
사건 직후 제트스키를 타고 밀입국을 시도한 일이 굉장히 이례적이라 화제가 됐는데, 권씨는 망명을 위해 중국 당국의 감시를 피해 제트스키로 서해를 횡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에 따르면 권씨는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 출신으로, 미국의 한 주립대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뒤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2016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아돌프 히틀러에 빗댄 ‘시틀러(XITLER)’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셀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같은 해 10월 국가권력전복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4개월간 구금된 그는 2017년 2월 옌볜 재판소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중국과 해외에서 권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와 캠페인이 펼쳐지기도 했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실제 국제인권단체 ‘프런트 라인 디펜더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정부는 권씨에 대한 고소를 철회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2019년 8월 출소한 권씨는 그해 8월부터 미국이나 영미권 국가로 망명을 준비했으나 중국 당국의 출국 금지 조치로 무산됐다고 한다. 이어 이 대표는 지난 14일에 권씨로부터 “이틀 후 한국으로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이틀 뒤 실제 밀입국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것은 잘못됐지만 권씨가 절박한 선택을 한 이유가 있다”며 “해경에서 지속적으로 망명 의사를 밝힌 권씨는 난민 신청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한국에 거주 중인 권씨의 어머니와 함께 인천해양경찰서 구치소에 있는 권씨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권씨의 난민 신청 절차가 개시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국 정부가 그를 난민으로 보는 경우 ‘중국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고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어서, 자국 인권 문제 거론을 내정 간섭으로 여기는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권씨의 송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자칫 가뜩이나 껄끄러운 한중 사이에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인천해경은 이날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권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이대선 대표 주장과 달리) 권씨는 조사 과정에서 난민 신청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자세한 것은 수사기관(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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